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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아직도 뭘 모르는 대한항공

이 종 호/논설위원

징역 1년. '수퍼 갑질' '땅콩 회항'의 주인공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론이 워낙 안 좋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표적 국적항공사 집안 장녀가 설마 실형까지 받을까 싶었다. 전에도 천지분간 못하는 재벌 2, 3세들의 안하무인으로 일어난 사건은 꽤 있었다. 그래도 대개는 '유전무죄(有錢無罪)' 관행에 힘입어 어영부영 집행유예로 풀려나곤 했었다. 하지만 법 위의 법이라고 하는 '국민정서법' 앞에서 재판부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처음 대처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형식적 사과로 사태를 악화시켰고, 무조건 혐의를 부정하면서 빠져나갈 구멍만 찾음으로써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피해자를 협박 또는 회유하려 한 것이나 국토부 조사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함으로써 사건을 덮으려 한 것은 사건을 더 확대시켰다. 그 덕에 총수 일가 모두가 더할 수 없는 지탄을 받았고 '자랑스러운 태극 날개'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근본 원인은 사과의 때를 놓친 데 있다. 진정성을 빠뜨린 데 있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감추고 회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덮어지거나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순진하거나 무식한 거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정부도 이것을 못해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보고서도 대한항공은 조금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 재벌기업의 경직된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총수 일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제왕적 오너 체제 앞에서 아무도 솔직하게 직언하지 못했거나, 말을 했는데도 오너가 듣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론은 사건 발생과 동시에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대한항공은 끝까지 법적인 해석에만 매달려 일을 그르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스탠포드대학 경영학 교수였던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도 하루 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 그러면서 5단계 '망조 시나리오'를 예로 들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그 중의 하나가 현재의 성공에 자만한 나머지 주변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두 번의 성공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과신하면서 현재의 성공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위험 요소는 애써 외면하고 위기 가능성은 가능한 한 부정하며, 잘못된 게 있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무조건 환경 탓만 한다. 이것이 망해가는 기업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비단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뜻밖의 상황도 만난다.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시련과도 맞닥뜨린다. 그게 위기다. 짐 콜린스 교수의 경고대로 그런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그런 위험 요소를 얼마나 미리 파악하고 대비를 잘 하느냐 하는 '리스크 관리'는 현대 경영의 필수 능력이 됐다. 실제 위기를 만났을 때 어떻게 상황을 잘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느냐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뿐만아니라 위기관리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도 기억될 것 같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번 설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됐다. 평생 험한 꼴 한번 안봤을 처지였음을 생각하면 인간적으로 안됐고 동정도 간다. 그렇지만 실형 판결 하루 만에 득달같이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다시 마음이 닫힌다.

물론 나름대로 억울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 전 부사장이, 아니 대한항공이 아직도 뭔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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