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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복이 들어 온다는 문

박유선/수필가

차고엔 합판 넉장이 볼썽사납게 떡하니 막혀 있다. 지난 봄 한국 여행 간 사이 길가던 자동차가 뛰어들어 밖에 세워놓은 차를 받고 차고 안까지 들어왔다. 차 2대가 폐차되고 운전자 손목이 골절된, 신문에서나 볼 법한 일이 내 집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룰루랄라 잘 지내다 나중에 알았다.

집수리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찮게 여겼던 차고 문이 그리되어 날마다 불편을 겪는다. 그때 내 안에서 '너, 언제 문에 대해 고마워 한 적 있니?' 하는 자성의 소리가 들린다. 문이란 당연히 집의 한 부분이라 여기며 복이 들어 온다는 문을 느낌없이 들락거렸다. 만약 문 없는 집이 있다면 그건 하나의 거대한 관이나 다름 없겠지.

또한 창문은 우리에게 빛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한다. 눈이 사람에겐 창이듯, 창문이란 집의 눈이나 한가지가 아닐까. 많은 창의 종류는 살창문, 넓살문, 뙤창문, 봉창, 지창 등 참으로 여러 형태이며, 시대에 따른 건축양식의 변화에 따라 또 새로운 디자인의 창들이 새록새록 생겨나겠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제일로 치는 창은 '새김 창' 즉 여러 가지 꽃무늬를 새겨서 만든 창문이다. 오래된 절집의 문살엔 화려한 꽃 문양부터 두루미와 연꽃, 동자승과 물고기까지 정교하게 새겨져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 이름없는 장인의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손길 위에 당채 물감으로 조화롭게 채색한 문이 내 마음에 더 깊이 와 닿기 때문이다.



유년기를 보낸 '꿈의 동산'이었던 옛집에서 아버지는 아침마다 아래 위층을 오르내리며 창문이란 창문을 모조리 열어 제쳤다. 해 저물녁 문단속하는 어머니는 '왜 문을 이리 다 열어 놓느냐'고 잔소리를 했다. 어머니와는 달리 우린 열어놓은 창문으로 까치발을 딛고 정원을 내다보며 향긋한 꽃 향기를 즐겼다. 나는 성장 배경의 영향을 받아 건축에 관심이 남다르다. 특히 여행지 상하이에선 옛날 석조건물과 초현대식 아름다운 건축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깊이 관찰하며 즐겼다.

언젠가부터 꿈꾸던 창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제법 높은 언덕 위에 설계사가 경사면을 그대로 이용해 지은 멋진 현대식 3층 건물이다. 호수를 향해 전면이 통유리로 확 트여 속까지 시원하다. 널찍한 졸참나무 마루 바닥에 편히 앉아 음악을 들으며 향긋하고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시인이 된 듯 착각에 빠진다.

친구들은 친정집 마루 같다며 그냥 바닥에 앉기를 즐긴다. '아무려나 님의 뜻대로 하소서' 하곤 오래된 팔각 소반에 다과를 내면 운치를 더한다고 좋아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천장이 있어 건축미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뿐인가. 너른 창으로 바깥 풍경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에 다름 아니다.

화(禍)와 복(福)이 들어 오는 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다. 다만 선한 일을 하면 복이 들어 오고 나쁜 일을 하면 화가 들어 온다니 다시 한번 새겨볼 일이지 싶다. 올봄엔 나도 닫을 것도 없는 마음 문이지만 다시 한번 활짝 열어 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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