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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LA 인심 고약하네요"

김 동 필/선임 기자

LA 인근에 거주하는 중년의 식당 업주. 미국생활 4년차인 그는 지금의 식당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2년 전 생각만 하면 아직도 화가 치민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브로커에게 당한 것이 억울해서다. 좋은 사업체를 알아봐 준다며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그나마 소개해 준 업소는 껍데기 뿐이었다. 결국 몇 달을 버티다 문을 닫고 말았다. 돈도 많이 날렸지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대기업에 다닌 엘리트였는데. "참 어이없게 당했어요. 어쩝니까.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렵니다."

소매업을 하고 있는 사장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업소 웹사이트 제작을 결심했다. 한 업체를 선정해 상담을 마치고 제작 비용의 70% 가량되는 착수금도 지불했다. 그런데 일의 진척이 없었다. 그나마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쁜 시간을 내 회사 사무실을 찾아가도 사장은 만날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 소액청구재판을 고려중이다. "너무 뻔뻔하지 않습니까? 저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60대 한인. 은퇴 생활을 LA에서 하고 싶었다. 한인도 많고 한인업소도 다양해 미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은퇴연금 계좌에 있던 적립금을 인출해 임대용 부동산도 매입했다. 그런데 그 돈이 문제였다.

은퇴연금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면 소득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더구나 다운페이먼트용으로 많은 금액을 인출한 탓에 세율도 높았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제 불찰이지요. 그런데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누구도 이에 관한 조언 한마디 없었습니다."

한인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 서비스 업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요즘은 부동산, 금융, 법률, 회계 등 웬만한 분야에서는 한인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다 정서적 뿌리도 같다보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여간 편리한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분야별로 제법 규모를 갖춘 업체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자격 미달자들이 물을 흐리고 있다. 고객의 이익보다 본인의 잇속을 먼저 챙기려는 부류다. 일을 감당할 능력도 의욕도 없으면서 "일단 챙기고 보자"는 식이다. 앞의 사람들도 이런 예다.

이들은 교묘하게 '사기'의 선은 넘어서지 않는다. 차라리 대놓고 사기를 쳤다면 고발이라도 할텐데 고객 입장에서는 더 열을 받게 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당한 피해자들은 "역시 한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었어"라는 불신의 시선을 한인 업계 전체로 보내기 쉽다. 소수의 욕심 때문에 한인업계 전체가 평가절하 되는 셈이다. 더구나 피해자가 한국이나 타주에서 왔다면 "LA 인심 고약하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 나쁜 소문은 더 빨리 퍼지는 법이라 한인사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꼴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자격 미달자를 찾아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쇼핑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번거롭더라도 경력을 확인하고 주변 평판을 들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전문직 종사자들은 한인경제에 소프트웨어와 같은 존재다. 컴퓨터 하드웨어 용량이 아무리 커도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듯이 한인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서비스 분야의 동반 성장이 필수다.

자격 미달자들이 아예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만드는 풍토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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