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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고국 떠나 필리핀으로 이민 가는 친구의 딸

며칠 전 서울 사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렇게 속상해 하는 친구의 편지는 처음이다.

남편이 실직을 했을 때, 아이들이 상위권 대학에 가지 못했을 때, 쌍둥이 딸들이 둘 다 이혼을 했을 때에도 이렇게 마음 아파하는 편지를 쓴 적이 없었다. 이혼하고 혼자되어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쌍둥이 중 하나가 필리핀으로 이민을 결행, 수속을 다 끝내고 떠날 날을 받아 두었다며 애통해 하는 편지였다.

딸 아이 하나 데리고 가진 돈 다 털어 미국도 아닌 필리핀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간다는 게 심히 속상하단다. 40이 넘은 나이에 노부모를 두고 남편도 없이 떠날 결심을 할 때까지는 그 아이도 보이지 않는 희망에 대해 생각 많이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보통 봉급자로 부부가 자력으로 집을 장만하려면 28년이 걸리고, 독신이 집 장만을 하자면 60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18세를 넘긴아이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겠다며 이민대열에 장사진을 이룬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오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3국으로의 탈출이라도 시도하는 것 같다.



미래학회는 머지않아 국가나 정부가 해체되는 때가 오리라고 예언한다. 이민은 각자의 생존권에 속하므로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개념의 한계를 넘는다. 대한민국이 젊은 사람들이 '이민 떠나는 나라'가 아니라 '이민 오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자람 없는 이 부유한 나라에서조차도, 나의 이민은 어딘가 쓸쓸하기 때문이다.

김령·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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