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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 밥상 차려주고 싶다"

남은 음식 노숙자에게 전달하는 월가 출신 로버트 이씨

JP모건 다니다 뛰어나와 친구들과 비영리단체 조직
뉴욕시 식당·마켓 30여 곳과 협약…음식 받아 셸터로


맨해튼 거리를 30분 걸으면 남은 음식만 50파운드가 걷힌다. '스타벅스' '파네라 브레드' 등에서 남은 음식은 모두 그의 상자로 들어간다. 김치에 라면만 지겹게 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한 때는 월가를 누볐던 로버트 이(한국이름 상규.24)씨는 매일 뉴욕시 홈리스 셸터 10곳 이상의 밥상을 차린다. 폭설과 혹한이 가시지 않는 요즘같은 철에는 남은 음식들 '풍년'이다. 하지만 굶주린 노숙자는 100% 이상 많아진다. 이런 날은 이씨도 가장 바쁜 성수기다.

세계 경제의 수도 맨해튼 월스트릿을 뒤로하고 이씨는 노숙자들의 수도 뉴욕시 길거리를 택했다. 대형은행 JP모건 자산 관리사가 된지 1년 이씨는 대학 동기들과 합심해 비영리 단체 '남은 음식 구하기(Rescuing Leftover Cuisine.RLC)'를 설립해 사회적 사업가로 탈바꿈했다.



2013년 여름 설립 후 현재까지 뉴욕시 식당.마켓 30여 곳과 협약을 맺고 남은 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이렇게 2년여 동안 RLC가 '구출'한 남은 음식만 4만5000파운드. RLC 총 운영 비용으로 계산해보면 1파운드 당 10센트의 가격으로 사들인 음식이다.

음식 낭비도 줄이고 노숙자 밥상도 채우는 '윈 윈(Win Win)' '일석이조' 이씨가 배운 경제 개념으론 '고효율'의 삶이었다. 현재는 1400여 명의 봉사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올해는 영양 스낵바 회사 카인드 스낵스(Kind Snacks)로부터 1만 달러도 지원도 받았다.

배고픔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기에 월가쯤은 쉽게 내려놓았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어릴적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 정말 지겨웠다"며 "부모님은 밥상을 채우기도 어려운 살림이었다"며 플러싱에 살던 당시를 회상했다. "'밥상머리' 교육이 철저했던 어머니가 매일 하시던 말씀이예요. '음식 남기면 죽어서도 남은 것을 먹어야 된다' '남긴 밥만큼 다음세대가 굶는다.'" 이씨 뇌리에 박힌 말이다.

사실 월가에 발딛은 것도 어릴적 빈 밥상을 채우고 싶어서였다. 돈은 많이 벌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남은 음식에 대한 집념은 가시지 않았다.

뉴욕대학교(NYU) 스턴(Stern) 비즈니스스쿨 학부시절 학식을 지역 홈리스 셸터에 전달하는 모임 '투 버즈 원 스톤(Two Birds One Stone.일석이조)' 회장 활동 경험을 살려 JP모건에서 일할때부터 이미 사업을 구상해왔다. 그리고 준비 1년만에 JP모건을 떠나 대학 동기 2명과 RLC를 공동 설립했다. NYU 시절 벤처 경연대회에서 받은 종잣돈(Seed money) JP모건을 나오며 받은 기업 지원금이 전부였다.

매일 쌓여지는 뉴욕시 남는 음식 배분에도 나름 규칙이 있다.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에게는 함부로 주지 않는다. 이씨는 "길거리 노숙자들은 음식을 안 먹고 비축하더라고요. 그런데 남은 음식은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비축하게 되면 상해서 못 먹잖아요"라며 음식이 또 다시 낭비 되는 것을 방지하려 홈리스 셸터를 통해서만 대부분 전달한다.

얼마나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씨는 "제 주머니로는 남는 게 없다"며 "하지만 네트워크를 확대해 전국 노숙자들의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큰 포부만이 있다고 한다.

이조은 인턴기자

joeuni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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