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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고전음악] 현대음악에 나타난 동양사상

 20세기에 들어 유럽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게 되었고 이러한 참화속에서 인간들은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커다란 고통으로 몰아간 권력을 부정하게 되고 또한 동일한 신을 믿는 종교인끼리의 살육을 보며 첨단과학의 무기와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앞에 나약한 교회에 대한 부정이 이어졌다.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 (Gott ist tot)"고 외치며 모든 존재는 '무(Nichts)'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였다.

 세계대전을 겪은 후 음악에서도 자기반성이 이어져, 더이상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양하고 대신 인간을 위한 예술에 치중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과거를 부정하고 인간을 위한 철학적 토대인 새로운 없음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현대 음악이라 할수 있다.

 현대 음악은 정확히 어느 하나의 특징으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다종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그중에 하우어 같은 이는 동양사상을 현대음악에 도입하려 시도하였다.

 하우어는 중국학자 빌헬름이 번역한 4서5경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물의 근원을 찾아 나눌 수 있을때까지 나눈다는 데카르트 사상에서 한계를 깨닿고, 더이상 조깨고 나누는 대신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다.



이는 낭만파 음악에서 너무 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다보면 갈수록 더 강력한 자극으로 분화되고 그것이 표현주의나 인상주의로 이어진다는 칸트의 지적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우어는 감정과 주관에 집착하는 대신 보다 객관적이고 국가, 종교, 정치 등 어떠한 이념도 배제된 음악을 만드려 노력하였다. 단지 작곡가의 직관에 의해 만들어진 무조의 12음열만 존재하며 이것이 인간 삶과 결부됨을 즐기는 것이 하우어 음악 감상의 참 맛인 것이다.

 그가 주장한 12음 무조음악은 한 옥타브안의 12개 반음이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한번씩 등장한다. 12개의 반음을 가지고 한번씩만 등장하도록 선율을 만들어보면 놀랍게도 5억개의 조합이 나온다. 하우어는 이들 조합을 트로페(Trope)라 불리는 44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는데 이는 주역에서의 64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작곡된 12개의 음열은 6개씩 나누어 각각 음양을 상징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원리로 작곡된 수천개의 작품에 제목이나 작품번호가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을 잃음으로 찾을 수 있다"는 동양사상에 근거해 단지 '12음 유희 (Zwoelftonspiel)'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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