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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문제는 바뀌지 않는 당신이야"

이종호/논설위원

머리 가르마를 바꿨다. 30년 넘게 머릿결과 반대방향으로 빗어 오던 것을 새해부터 머릿결대로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굳세게 반대쪽을 고집했던 이유는 넓은 이마가 조금이나마 더 가려질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그래봤자 별효과는 없었지만).

바꾸고 나니 머리 손질이 훨씬 편해졌다. 왠지 더 미남(?)이 된 듯도 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진작 바꿀 걸, 왜 여태 그랬나 싶었다.

이것이 단적인 예다. 한번 고착된 생각은 수십 년이 흘러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 비단 머리만일까. 여전히 내 방식대로, 내 고집대로 판단해서 그것이 최선이고 최고인 줄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알량한 지식으로, 일천한 경험으로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양 깝죽거리고 있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할수록 두렵다. 그래서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자기를 돌아보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선현들은 일깨웠는가 보다.

어제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도둑 심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리더들은 변화를 외친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회장님도 사장님도, 심지어 스님, 목사님도 변해야 살고, 변해야 길이 열린다며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요즘 한국 소식을 접하는 미주 한인들의 시름이 깊다. 나름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죽을 쑤고(?) 있어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변화와 개혁을 높이 외치고 있지만 자화자찬만 있지 실제 이룬 것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핑계는 있다. 사사건건 야당이 뒷다리를 잡아서, 뜻하지 않은 세월호 참사에 발목이 잡혀서 등등.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애국의 구호만으로 통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통과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않고 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돌려 막기만 하고 있다는 것, 결정적으로 자신은 변하지 않고 남들만 바뀌기를 원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던 회사가 자꾸 수익이 줄어들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면? 고객은 그 이유를 안다. 회사만 모른다. 아니 직원들도 다 아는데 사장 혼자만 모른다. 갈수록 교인이 줄어 고민하는 대형교회, 하는 일 없이 감투싸움만 한다며 손가락질 받는 단체들,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들 헛발질 개혁만 자꾸 한다.

리더에게 신념은 필요하다. 신념에 투철한 사람이 뛰어난 성과도 내고 업적도 이룬다. 하지만 그 신념이 공동체의 일반적 가치와 어긋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릇된 신념은 독선이 되고 아집이 되어 끝내 다수를 불행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라면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상식과 합리, 이성과 객관의 잣대로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한다. 주변의 쓴 소리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한 사람보다 열 사람이 낫고 열 명보다 100명의 의견이 현명한 법이다.

며칠 전 꽤 유명한 한인 목회자가 인터넷 언론을 상대로 거액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왜곡보도로 자신과 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정말 명예가 훼손됐는지, 아니 훼손될 명예조차 있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엔 소송으로 도리어 자신의 협량함만 드러낸 꼴이 된 것 같다. 차라리 소송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봤으면 어땠을까. 자신에 대한 비판이 왜 자꾸 나오는지 한 번만 헤아려 보았으면 어땠을까.

남을 설득하려면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자기는 바뀌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미용실 아주머니 말씀 받아들여 30여년 만에 가르마 바꿨다고 해서 해보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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