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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악마의 연주자 파가니니

작곡가이면서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이탈리아의 제노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안토니오 파가니니도 당시에는 꽤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가였다. 6살에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웠으며 나중에는 제노아에서 가장 이름 있는 선생들로부터 사사했다. 그는 8세에 소나타 한 곡을 작곡했고 음악을 더 연마하기 위해 1795년에 파르마로 갔다. 그러나 그곳의 음악 선생들은 이 천재 소년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하루 15시간씩 독학으로 재능을 키워나갔다. 15세에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돌면서 연주 여행을 해서 크게 성공했다. 연주를 듣는 청중 중에는 너무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비엔나에서는 연주가 너무 강렬했고 활기가 넘쳐흘러서 한 평론가는 틀림없이 그의 기술은 악마의 도움을 받은 연주라고 평했다. 특히 활을 현 위에서 튀기는 기술, 왼 쪽 손가락 까지 사용하는 피치카도 등으로 청중의 넋을 빼앗았다.

그는 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연주 여행을 하면서 큰 돈을 모았다. 그러나 한 번 손을 댄 도박으로 인해 그동안 모은 재산을 탕진해 버리기도 했다. 도박을 계속하기 위해 빗을 졌으며 방탕한 생활로 인해 매독에도 걸렸다. 당시 매독 치료에는 수은을 사용했다. 그 결과 그의 머리털은 백발로 변했다. 그는 남의 바이올린을 빌려서 연주회에 나설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한 부유한 프랑스 상인이 희귀한 구아네리 바이올린을 빌려 주었다. 상인은 그의 연주에 깊이 감명 받아 이 악기를 돌려받지 않고 그에게 증정했다. 이 바이올린을 끔찍이 아꼈으며 그가 죽었을 때 제노아 시민들이게 증정했다. 이 악기는 지금도 이 시에서 정성 들여 보관하고 있다.

도박에도 성공해서 프랑스에 도박장을 설치했으며 사망했을 때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만 11개나 소지했다.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로 해서 그의 작곡 활동이 가려져 있는 셈이지만 그는 주로 자신의 연주를 위해 작곡을 했다. 그런데 그 기법이 너무 어려워서 사람들은 악마가 지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제1번 바이올린 콘체르토도 그의 손가락의 놀림이 너무 유연하고 깊이 내밀어 현을 잡게 되어있어서 파가니니보다 더 이 곡을 빨리 연주하는 사람이 없었다. 또 24개의 무반주 기상곡(1880) 역시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으로 되어있다. 그는 기타도 연주해서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12곡, 6개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그리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기타를 위한 6개의 사중주곡도 작곡했다. 그는 30세 이후 거의 연주를 하지 않았다.
오늘날 여러 학자들은 그가 관절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hlers-Danlos Syndrome)환자였으리라고 추측한다. 이 병은 유전성이며 신체의 연결 조직 이상으로 발생한다. 연결 조직에는 콜라젠이란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신체를 구성하는 피부, 근육, 인대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심줄인 인대가 심하게 늘어날 수 있다. 엄지손가락을 뒤로 제치면 손등에 닫고 피아노 건반도 세 옥타브를 동시에 누를 수 있다. 이렇게 손가락 놀림이 유연했기 때문에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선(G선) 하나를 반음 올려놓고 연주하든가 세 개의 선을 고의적으로 끊고도 나머지 선 하나로 연주를 계속하는 묘기를 보인 것이다. 유념할 것은 '엘러스 단로스 증후군'만 있다고 해서 명연주가가 되는 게 아니고 파가니니 같은 타고난 천재성과 피나는 노력이 그를 명 음악가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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