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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하버드 정문 앞의 '마리화나 홈리스'

김완신/논설실장

8년 전 가족과 동부를 여행하던 중 하버드대를 방문했다. 아이들 '덕분'에 다시 하버드를 찾을 가능성은 없어, 명문대 탐방이 아닌 순수 '관광목적'으로 찾았었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활기찬 대학가 풍경이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 문앞에 있던 홈리스였다. 장발의 백인 홈리스가 들었던 피켓에 '나는 마리화나가 필요합니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마약을 사겠다고 돈을 구걸할 수 있나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하버드 앞에서 공공연하게 마리화나를 사겠다고 구걸을 해도 제지를 받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지난 26일 워싱턴DC가 기호용(嗜好用.Recreational)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다. 콜로라도주를 시작으로 워싱턴주, 알래스카주가 기호용 판매를 허용해 3개주와 워싱턴DC에서 마리화나의 소지 및 사용이 가능해졌다. 기호용 이전에도 의료용은 이미 23개주에서 허용된 상태다.

마라화나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미국의 항정신성 약품 규제법(CSA)은 마약류를 '스케줄(Schedule) I~V'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스케줄 I은 가장 위험한 물질로 중독성이 강해 의료목적의 사용이 허가되지 않는 약품이다. 스케줄 II에는 이보다 중독성이 약하고 의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약품류가 속해 있다. 이런 식으로 점점 유해성과 중독성이 약해져 스케줄 V의 약품류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기호용 합법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리화나는 여전히 헤로인, LSD 등과 함께 가장 위험한 단계인 스케줄 I에 분류돼 있다. 심지어 대표적인 마약으로 알져진 코케인과 메탐페타민은 마리화나보다 낮은 스케줄 II에 속한다. 알코올과 담배는 아예 포함돼 있지도 않다.



이 같은 분류에 대해 뉴욕대학의 마크 클라이먼 마약정책 및 형법 교수는 "마리화나의 유해성은 과대평가된 반면 알코올과 담배는 과소평가 됐다"며 "술과 담배를 스케줄 I에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알코올로 9만명, 담배로 48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또한 전국약물남용방지협회(NIDA)의 연구에서는 마리화나 사용자의 4~9%가 중독자가 돼, 알코올 중독율 15%보다 낮았다.

비용적 측면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2012년 기준 연방교도소 수감자의 반수 정도가 마약범죄자이며 이중 27%가 마리화나 복용자였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불법 사용자들의 단속과 체포, 수감에 소요되는 정부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러 연구에서 마리화나의 유해성이 예전보다는 낮게 나오지만 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복용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특히 청소년들이 사용할 경우 뇌발달에 지장을 준다. 또 논란은 있지만 마리화나가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는 늘고 있다. 연방정부도 합법화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1일 연방하원에서는 마리화나를 금지약물 목록에서 삭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까지 연방정부는 마리화나의 제조.유통.복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과 함께 기호용 마리화나에 알코올이나 담배처럼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올 7월이면 오리건주도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다. 현재 합법화를 저울질 하는 주정부도 많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더이상 찬반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마약류가 법의 제지를 벗어나 양지로 나오는 것에 찬성할 수는 없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못한다면 합법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하버드가 속한 매사추세츠주는 홈리스의 마리화나 구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2012년 의료용이지만 결국 합법화됐다. 기호용도 머지않았다. 하버드 앞이라 그런지 왠지 지적(?)으로 보였던 홈리스가 마리화나의 미래를 예견한 것 같아 지금도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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