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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동네 빵집에 살아 남는 길

정구현/경제부 차장

동네 빵집이 그립다.

동네 빵집은 따뜻한 햇살이 유리창 가득 들어오는 작고 아담한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랜 시간 축적된 달콤한 냄새가 가득하다. 모양의 세련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정직하다. 그렇지 않아도 싼데 정이라며 덤으로 빵을 더 넣어주는, 그런 곳이 동네 빵집이다.

그런 동네 빵집들을 요즘은 보기 어렵다. 한국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몇몇 한인 제과점들이 성공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다. 또 한인 제과점들도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동네 빵집들은 양쪽 프랜차이즈에 밀려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공세는 한인 시장의 상황만은 아니다. 센데일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 전역에 동네 빵집(local independent bakery)은 6700개다. 1993년 2만1000개에서 20여년 사이 70%가 문을 닫았다.



한국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미국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한식당, 중식당, 고깃집, 커피전문점까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본지 경제면에 프랜차이즈 현황과 과제를 상하로 나누어 보도했다. 매장수는 951개로 탄탄한 자본과 경영 노하우 등 검증된 '성공 레서피'로 미국 시장 안착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한인들에게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맛의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기존 한인 업소 입장에서 이들의 성공은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위협적이다. 대부분 부부가 경영하는 '맘앤드팝(mom and pop)' 영세점들이다.

식당, 소매점 어떤 업소든 요즘 다들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경기가 아직 안 풀렸다고도 하고 세금보고 시즌이라 손님들이 돈을 아낀다고도 한다. 그중 한 식당 업주는 한국 프랜차이즈 때문이라고 콕 집었다. "한국 브랜드 고깃집이 들어오면서 매상이 더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변명은 되지만 원인이 아니라는 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기사 말미에서 짧게 생존 전략을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동종 업소끼리의 연합이다. 서울 은평, 서대문구 동네빵집 사장 11명이 2013년 만든 '동네빵네 협동조합'이 그 예다. 함께 공장을 만들어서 공동 투자로 대기업들만 살 수 있는 설비 등을 들여와 빵의 질을 높이고 매출을 올렸다.

다른 업소끼리 상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소위 '미투(me too) 전략'이다. 고객층이 비슷한 궁합이 맞는 업종끼리 짝을 이루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햄버거와 김밥집이 그렇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고객층이 같단다.

또 베이커리와 국숫집도 밀가루 음식을 선호하는 고객을 함께 공략할 수 있다. 젊은 층들의 입맛에 맞는 도넛과 일본식 라면집도 동반 성공 공식이란다.

장사가 안 된다면 이유는 반드시 있다. 변명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생존 전략만 고민한다면 이유를 찾을 수 있고, 제 길로 갈 수 있다.

프랜차이즈의 어원은 프랑스어 '자유(franc)'에서 유래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프랜차이즈는 자유와는 반대의 개념이다. 여러 계약 조건에 가맹점들은 얽매여 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의 본래 뜻은 '동네 가게'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100% 누릴 수 있다. 내 업소는 프랜차이즈(자유)스럽지 않던가. 어쩌면 동네 빵집의 진정한 매력과 힘은 그 자유가 전부일지 모른다.

동네 빵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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