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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게 펼쳐지는 '그레이 로맨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2 (The Second Best Exotic Marigold Hotel)
감독: 존 매든
출연: 데브 파텔, 매기 스미스, 주디 덴치, 리처드 기어, 빌 나이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등급: PG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The Second Best Exotic Marigold Hotel)'은 시끄럽고 천박한, 온통 때려 부수는 영화만이 가득한 할리우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노년층을 타겟으로 한 아름다운 영화다. 1편이 찬란히 그려 보였던, 노년의 삶에 대한 따스한 존중의 시선이나 희망적 메세지 등은 다소 색이 바랬다. 하지만 인도의 이국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른 게 친근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하고 훈훈한 에피소드들은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기쁨과 흐뭇함을 선사한다. 노년의 명배우들이 펼쳐보이는 알콩달콩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점도, 이 영화에 가슴 설레는 핑크빛 악센트를 더한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공 서니(데브 파텔)는 2호점을 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분주하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좋은 파트너와 함께 호텔을 체인화하는 데만 쏠려 있다. 투숙객 대부분이 체크아웃을 하지 않은 채 호텔에 눌러 살아, 남는 방은 하나뿐인 상황. 여기에 소설가를 꿈꾸는 백발의 신사 가이(리처드 기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 라비니아가 등장하면서 서니의 호돌갑은 정점을 찍는다. 한편 전편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로맨스의 기운을 풍기던 에벌린(주디 댄치)과 더글라스(빌 나이)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단단해 보이기만 하던 노먼(로널드 픽업)과 캐럴(다이애나 하드캐슬)의 관계에는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서니의 어머니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가이의 적극적 애정공세까지 펼쳐지면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둘러싼 '그레이 로맨스'는 흥미를 더해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인도로 떠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 그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고픈 마음이 든다. 그 어떤 자극적 사건이나 영상 없이 차분히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며 결 고운 스토리를 완성해 낸 존 매든 감독의 솜씨다. 결혼식 피로연이란 설정을 통해 중간 중간 신나는 음악과 춤을 넣어 볼리우드 영화의 미덕을 차용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누구 하나 도드라지지 않지만, 한 명 한 명 각자의 자리에서 명연을 펼치는 대배우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기 스미스의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여든이 넘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줄리 덴치의 로맨스 연기는 그 가운데서도 최고다. 똑 떨어지는 수트 옷매로 감탄을 자아내는 리처드 기어와 빌 나이는 노년의 남자들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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