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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싸우지 말자…'서머타임' 무용론 확산

1,2차 세계대전 때 시행…1966년 에너지 절약 차원서 부활

최근 에너지 조사서 차이 미미
오히려 심장병·만성피로 증가
이해 걸린 업체들 입김 강해
여론조사선 찬성파 3년째 감소


# 광고대행사 CPL의 숀 엄 부장은 매년 일광절약시간제(이하 서머타임)가 시작되는 3월초면 마음이 불편하다. 서머타임 때문이다.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일종의 무기력증이 와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무겁고 피곤해요. 당연히 업무에 지장이 있죠." 이런 증상은 며칠은 심각한 수준이고 길게는 한 달 이상 계속된다. 10년이 넘었다. "서머타임이 해제되면 아침에 가벼워지는 몸의 변화를 확실히 느껴요. 1년에 두 번씩 서부와 중부를 오가며 사는 것과 같은 건데 그걸 반복하는 건 몸에 데미지를 주는 것 아닌가요."

# 서비스업을 하는 A씨는 서머타임이 되면 귀찮다. 타이머로 움직이는 기계의 작동시간을 다시 세팅해야 되기 때문이다. 깜빡하면 1시간 동안 기계 작동이 안 돼 고객의 항의가 들어오거나 영업이 끝난 뒤에도 기계가 돌아간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시계의 시침을 일일이 바꾸는 것도 일이다.

# B씨는 서머타임이 좋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하니 좋죠. 서머타임이 끝나도 며칠 동안 시계를 안 돌려놔요. 시간을 버는 느낌이 좋아요."





미국식으로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영국식으로 서머타임(Summer Time)이 올해도 돌아왔다(8일 시작). 서머타임은 1916년 독일과 영국에서 시작된 이후 폐지와 시행을 거듭하며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5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사실상 서머타임 폐지를 논의하는 주는 11곳이나 된다. 뉴멕시코 주상원은 지난 2월 26일 서머타임을 1년 내내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간을 하나로 고정하자는 것이다. 플로리다와 일리노이, 오리건, 미주리, 네바다 주도 서머타임 고정제로 바꾸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알래스카와 아이다호, 텍사스, 유타, 워싱턴 주는 아예 서머타임 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타주는 2만7021명을 상대로 여론조사까지 했다. 현행대로 유지는 15.42%, 폐지는 66.50%, 서머타임으로 고정은 18.08%였다.

하와이와 함께 서머타임이 없는 애리조나 주에서는 올해 초 필 로바스 주하원의원이 시행 법안 제출 의사를 밝혔다가 며칠 만에 철회했다.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의 공통점은 현실적인 이익도 별로 없이 생체리듬을 깨면서 번거롭게 1년에 두번씩 인위적으로 만든 2개의 시간대를 갈아탈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다. '시간과 싸우지 말자'는 서머타임 무용론이다.

서머타임은 1·2차 세계대전 때 시작됐다. 낮시간을 늘려 전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석탄과 석유를 아끼고 야간 공습에 대한 공포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종전과 함께 폐지됐던 서머타임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산업적 필요에 의해 부활된다. 미국은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부활됐고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법에 따라 서머타임을 3월 두번째 일요일부터 11월 첫번째 일요일까지 4주 연장했다.

서머타임의 최대장점은 에너지 절약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를 반박하는 자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975년 연방교통국은 3월과 4월 전력소비가 1%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해 연방표준국은 이 통계를 재검토한 뒤 감소효과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2007년 가주 에너지위원회는 서머타임의 전력소비 감소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00년 호주 조사는 서머타임과 전력소비 감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중 가장 완벽한 것으로 꼽힌다. 그래프 참조 당시 호주는 시드니 올림픽에 대비해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 주에서 예년보다 두 달 일찍 서머타임을 시작했다. 1999년~2001년의 전력소비를 조사한 결과 서머타임을 실시한 2000년과 실시하지 않았던 1999·2001년의 전력소비량엔 큰 차이가 없었다. 서머타임을 실시해도 전력소비가 밤에는 줄지만 아침엔 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조사대상 지역과 기후가 비슷한 가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추론했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콜로라도 대학의 앰닛 산두 연구교수는 2010년~2013년 3년간 미시건주내 병원의 월요일 심근경색 환자 입원수를 조사해 지난해 발표했다. 결과는 다른 날은 평균 32명, 서머타임 다음 월요일만 40명으로 25%가 증가했다. 반면 서머타임이 해제된 다음날엔 21%가 줄었다.

이영직 내과전문의는 "서머타임 시작 이후 2주 동안 심장과 심혈관 질환이 증가한다는 조사도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다"며 "내 경우에도 2주 정도는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건수가 증가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이 시기에 피로와 스트레스 증상이 많은데 심장질환이나 당뇨 환자들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1주 정도 미리 1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어 몸이 적응하도록 하고 피로를 그때그때 풀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시간대가 1시간 바뀔 때마다 회복에 하루가 걸린다고 보고 있다. 서머타임 1시간 변화는 이론적으론 하루면 적응이 가능하지만 만성질환의 경우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서머타임을 놓고 산업끼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했다. 1910년대 소매업과 제조업이 서머타임 시행 로비에 들어가자 철도산업이 반대했다. 1차대전 전후에는 뉴욕시가 런던과 시카고, 클리브랜드와 주식 등을 거래하는 데 유리한 점을 들어 서머타임을 시행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킹스포드 차콜의 모회사인 클로락스와 세븐일레븐이 서머타임 연장운동의 초기 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다호 주의 상원의원은 서머타임이 패스트푸드점의 매출을 높여 프렌치 프라이스의 원료인 아이다호 감자 소비를 늘린다는 이유로 서머타임 연장에 찬성한 경우도 있다.

1984년 포브스지는 서머타임이 7주 연장되면 세븐일레븐의 추가 매출이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골프협회도 서머타임 연장으로 골프산업의 매출이 2억~3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론조사정보 전문사이트 라스무센 리포트가 조사한 서머타임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머타임에 대한 지지는 매년 줄고 있다.막대그래프 참조 서머타임 찬성은 2012~2014년 3년 동안 45%→37%→33%로 계속 줄었다. 같은 기간 반대는 40%→45%→48%로 늘었다. 모른다도 15%→18%→19%로 조금씩 늘었다. 서머타임은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다. 하지만 11개 주에서 서머타임 폐지 법안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반대 여론 증가를 잘 보여준다. 서머타임 인기는 식고 있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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