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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시세끼'와 '보이후드'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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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5/03/06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5/03/05 21:56

오수연/경제부 차장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평범한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구절도 있다. 한 해 한 해 지나가면서 더욱 공감해 가는 말들이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산후 우울증에 아기를 살해한 비정한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고,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독극물로 살해한 사건, 술잔 깨뜨렸다는 핀잔에 술집 주인을 살해하고 시신에 불까지 지른 사건도 있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하지만 그저 슬쩍 읽고 넘어간다. 자주 보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TV를 켜면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는다. 웬만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욕을 먹어도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한다. 최고의 막장 드라마로 꼽히는 '아내의 유혹'에서는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등 막장의 모든 코드가 등장했다. 시청률은 30%를 훌쩍 넘겼다.

막장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오로라 공주'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대사를 하는가 하면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죽어 나갔다. 시청률은 29%이였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미성년자의 베드신과 여고생들간의 키스신이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예능프로들도 마찬가지다. 더 독한 말을 내뱉어야 이슈가 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더 치열하고 더 가학적인 웃음에 길들여져 간다.

그래서일까. 유독 눈에 띄는 프로가 있다. 바로 '삼시세끼'다. 삼시세끼는 예능이라고 하기에 너무도 평범하다. 재미있는 게임 한번 하지 않는다. 그저 꼬박꼬박 끼니를 때우기 위해 출연자들이 밥을 해 먹는다. 우리네와 같은 일상이다. 그런데도 대박을 터뜨렸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의외의 결과다.

삼시세끼를 기획한 나영석 PD조차 확신을 갖지 못하고 시작한 프로였다. 나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첫 촬영을 하면서 망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여백을 많이 두고 싶었고 그 여백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여백의 재미를 알아봤다. 여백 없는 세상에서 그 일상의 여백은 특별한 것이었다.

지난 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보이후드' 역시 너무도 평범하다. 배급의 악조건 때문에 관객을 많이 동원하지는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은 많았다.

보이후드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극적인 드라마도 없이 그저 잔잔하다. 상영시간은 2시간 46분. 길다. 하지만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이 좋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들인 12년간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런 평범함이 그리고 여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극적인 사건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평범한 하루는 특별하고 소중하다.

오늘 하루, 평범함을 그리고 약간의 여백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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