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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노인을 '신중년'으로 끌어내려라

[LA중앙일보] 발행 2015/03/0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5/03/08 15:53

김 석 하/사회부장

여성들의 소지품 중에 잘 이해 안 가는 게 있다. 핸드크림. 남성은 로션을 바르고 때론 향수도 뿌리지만, 따로 핸드크림을 쓰지는 않는다. 아침에 샤워 후 로션을 발랐는데 굳이 크림을 또 바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귀찮지도 않나, 저렇게 바른다고 얼마나 탱탱한 피부가 유지될까. 하긴 '부드럽고 매끈한 손은 멋있다.'

LA한인타운에서 종종 찾는 스시집에 가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음식 맛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서빙을 하는 일본 할머니가 두세 분 있다. 처음 갔을 때부터 일을 하셨으니까 적어도 20년 넘게 일한 분이다. '아직도 여기 계시나. 많이 늙으셨네. 저 분들이나 주인이나 대단하네.' 항상 손님이 바글바글해 종업원을 젊은 사람들로 싹 다 바꿀만한데 이 할머니들은 여전히 홀을 누빈다. 젊고 예쁜 스시를 내오는 그 분들의 늙은 손. 이 언밸런스가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쭈글쭈글하고 거친 손이 맛있다.'

우리네 할머니들도 마찬가지다. 툭툭 밥상에 던져놓는 듯한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은 음식을 더 맛깔나게 한다. 운 좋게 집에 할머니가 살아계시면 모를까, 보통은 TV 맛 프로그램에서나 나오는 깡촌 외진 곳의 '할머니 웨이트리스' 한테 간접체험을 한다.

한인타운에는 팔도 출신의 할머니들이 몰려 살고 있다. 더러 주방에는 계신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종업원을 만날 수는 없다. 고용하는 주인이 없고, 할머니스러운 풍경을 용인하는 사회도 아니다. 식당에서도, 마켓에서도, 은행에서도.

이민 등으로 유입되는 젊은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반면 한인사회 어르신들은 점점 더 나이를 먹으며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이 간극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00세 시대라며 기쁘게 건강관리에 힘을 쏟지만 실상은 죽음이 예정된 생의 모순과, 많은 것을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과의 부조화 속에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사회는 노동인력의 부족과 기형적으로 실버 비즈니스에로만 치우친다. 은퇴준비가 약했던 사람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노년 자살의 개연성은 늘 상존한다.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경제적 열세라는 불균형은 때로 노인범죄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역삼각형의 인구형태를 가진 사회의 미래는 불안할 뿐이다. 이를 해소할 뾰족한 대안은 무엇인가.

노인을 끌어내리는 것밖에 없다. 옛날 노인의 개념과 나이대를 잡아내려야 한다. 다행히 대상자인 현재의 노년층은 노인이기를 거부한다. 내려가기를 원한다. 먼 옛날 60세가 넘으면 또 법률적으로 65세가 넘으면 노인, 좋게 말해 시니어라고 했던 것은 이제 안 맞는다. 70대 중반까지는 아예 노인명함도 못 내민다. 노인대접을 받으려면 85세는 넘어야 한다.

60세~80세까지는 노인에서 중장년층으로 하향편입해야 한다. '신중년'으로 불리는 이 집단은 건강한 육체와 다양한 경험.전문적 지식이 무기다. 이 집단이 라인댄스.수공예.건강세미나 등에만 몰려 하루를 소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할 기회가 없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일을 통해 자립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를 사회의 생산동력으로 바꿔주는 것이 시급하다.

게다가 이 집단은 전체가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느끼는 사회적 불만.욕구를 정치적 표로 결집.발현하면, 한인사회는 앞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 첫 발걸음은 한인사회에서 쭈글쭈글하고 거칠지만 '맛있는 할머니의 손'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할머니는 미래의 한인사회를 찾아가는 탐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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