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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빵과 장미'를 위한 투쟁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었다. 여성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업적을 기리는 날로 올해 107주년을 맞는다.

1900년대 초부터 일부 국가가 여성의 날을 제정해 산발적으로 기념하기는 했지만 세계 기념일로 확대된 것은 1908년 뉴욕에서 1만5000명 여성 노동자들이 참여했던 행진에서 비롯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고, 참정권을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장의 이면에는 여성의 신체조건을 무시한 과중한 근무시간을 줄이고, 동일한 작업을 하고도 남성보다 적게 받는 임금을 올리고, 여성에게만 제한적인 참정권을 확대하라는 요구였다.

또 1912년에는 '빵과 장미'의 투쟁으로 알려진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섬유공장 파업이 일어났다. '빵과 장미'는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에서 따온 말로, 여성 시위대들은 생계를 위한 노동의 권리를 빵에, 인간답게 살 권리를 장미에 비유해, 이후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던 여성의 날은 1913년에 3월 8일로 통일됐고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연륜이 100년이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는 날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기념일이 추구하는 목적이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한 날을 제정해 '성적 약자'의 업적을 기릴 정도로 여성들의 권익이 남성들과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유리 천장 지수'를 발표했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승진 등을 가로막는 장벽을 비유한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유리 천장 지수는 100점 만점(점수가 높을수록 여성의 지위가 높음)에 평균 64.3점으로 나타났다. 핀란드가 1등(80점), 공동 2위가 노르웨이.스웨덴(79.4점)이고, 미국은 17위로 58.2점, 한국은 최하위에 속해 28위 25.6점을 받았다.

2013년 OECD 1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남녀간 임금격차 통계(2013년)에서 미국은 평균(15.5%) 보다 조금 높은 17%를 기록했고 한국은 임금격차가 가장 심해 36.6%로 조사됐다. 가장 격차가 적은 국가는 뉴질랜드로 남녀간 임금차이가 5.6%에 불과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져 산업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남성과의 완벽한 수평적 관계를 이룬 것은 아니다. 선진국도 이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국제노동기구(ILO)가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 임금의 77%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3%포인트 격차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간격이 크다. 이 같은 차이가 해소되려면 최소 71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이용한 유엔보고서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35%가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1월 낸시 펠로시 의원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하원의장에 취임해 '마담 스피커'라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었다. 이제까지 하원의장은 전부 남성이었기 때문에 '미스터 스피커'로 불렸다. 취임식에서 펠로시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우리의 딸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을 뚫었다." 여성의 진출을 막는 장애물을 유리 천장보다 더 견고한 대리석 천장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넘게 여성들은 권익증진에 노력해 왔고 여러 분야에서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드리워진 천장은 여전히 높고 갈 길은 멀다. 107년을 이어온 빵과 장미를 위한 투쟁은 또 다른 한 세기를 기약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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