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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학의 정석…시험에 계산기 사용 허용한 미국 수학…결과는?

존 김 원장/쿨김아카데미 수학강사

'수학 전쟁'이라는 논쟁은 1989년 미국수학교사협의회(NCTM)의 'The Curriculum and Evaluation Standards for School Mathematics'라는 출판물로 촉발되었다. 이 논쟁은 교과서, 수학교육, 수학 교육철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주었고, 이 영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개혁하자는 입장의 의견은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연산이나 풀이 과정을 먼저 습득해서 훈련하는 것보다 일차적으로 실제 생활에서 접하는 수학 개념들에 학생들을 노출시키고, 이해시키고 나서 연산이나 문제풀이 훈련의 능숙함을 이차적으로 키워주자는 주장이다.

반대의 입장은 학생들에게 개념을 이해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의 연산(계산)능력을 우선 키워주자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산(계산) 능력들은 어느 정도의 암기가 수반되며, 훈련되어야 하고, 계산기를 사용하기 이전에 형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초중고 수학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온 이 싸움에서, 전통적인 교육방식보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쪽이 승리해서, 현재 미국의 대부분의 초중고 학교들은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고, 이러한 철학에 맞춰 제작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산기 사용이 익숙해져서 대학에 진학한 세대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학교에서 수학을 지도하는 경우가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즉, 계산기없이 미적분 문제들을 풀던) 학부모가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가 수학 공부를 하는 모습을 (한 손에 계산기를 들고서, 풀이 과정도 별로 쓰지 않는) 보고서, 학부모와 학생이 서로 논쟁을 하게 될 때, 정확하게 이해가 된다. 물론, 명문이라고 알려진 학교들에는 여전히 계산기 사용을 금지하는 수학 선생님들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미국 고등학교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TI-89 이라는 계산기는180달러 정도로 가격도 매우 비싸다. 요즘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최신형 TI-Nspire 라는 계산기 역시 비슷한 가격대다. 이들 계산기의 성능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니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우수하다. 이차 방정식(Quadratic equation)의 해(Solution)를 구하기 위해서 근의 공식(Quadratic Formula)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solve' 라는 버튼의 사용법만 알면 계산기가 답을 찾아준다.

로그 함수나 삼각함수의 그래프를 그리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주어진 식을 계산기에 넣어주면 알아서 그림을 친절하게 그려주고, 그래프의 축소와 확대 기능은 기본이고, 서로 다른 함수들의 교차점이나 최대, 최소값도 척척 찾아준다. 심지어, 주어진 식의 미분과 적분도 계산기가 알아서 다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최첨단 계산기들은 계산기 자체의 메모리(RAM 또는 Flash Rom)에, 미지수, 수식, 프로그램, 도표, 텍스트파일, 목록 등이 저장되기도 한다.

이런 최첨단 기능을 갖춘 계산기들은 SAT시험에서도 사용이 허용되는데, 시험지 부정유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2015년 1월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Fair Test 로 알려진 National Center for Fair & Open Testing은 SAT 시험의 불법 유출 정답들이 시험이 실시되기 이전에, 시험에서 허용되는 계산기에 미리 저장되어 관련 학생들에 제공된다.

수학 전쟁이라는 논쟁에서 계산기 허용을 선택한 미국의 선택이 과연 바람직했을까? 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수학 랭킹에서 미국은 2003년에는 총 41개국 중에서 22위, 2012년에는 총 65개국 중에서 36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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