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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이혼부모 둔 10살 소녀의 주의산만증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0살 소녀 리나의 부모는 5년 전 이혼을 하고 따로 살고 있다. 최근 엄마와 갈등이 많다기에 부모를 모두 병원으로 불렀다.

양육권이 반반으로 나눠져 있어 리나는 첫째주에는 엄마와 닷새, 아빠와 주말 이틀을 보내고, 그 다음 주에는 아빠와 닷새, 엄마와는 이틀을 같이 산다. 어른들인 부모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공평할지 모르지만 갓 초등학교를 시작했던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 혼동스러운 생활이었다. 갈아 입을 옷이 엄마 집에만 있거나 숙제해 놓은 것을 아빠 집에 놓고 와서 교사에게 야단맞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 손에 끌려서 8살 때 나를 찾아온 리나는 몸은 비대했고 학업성적은 밑바닥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을 북돋아 주면 눈이 빛났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리나는 나이 많은 유대인 아빠를 좋아했다. 첫 번 결혼에는 실패했지만 사업수완이 뛰어났던 아빠는 할리우드의 연예인들과 친했다. 10여년 전 사업차 들렀던 러시아에서 만난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져 두번째 배우자로 맞아들였다. 영어도 서툴고 아는 이 하나도 없는 미국 땅으로 와서 그녀가 낳은 아이가 리나였다.

정이 많지만 충동적이고 한 가지에 빠져들기 잘하는 리나의 아빠는 신혼의 단꿈이 깨어진 후에 찾아 온 단조로움에 싫증이 났다. 결국 이혼했고 리나의 엄마는 영어를 배우며 생활 전선에 나섰다. 그녀의 첫 직업은 양로원 간호 보조사였다. 노인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식사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리나와 엄마의 사이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가난에 길들여진 러시아에서의 어린 시절에 비해 자신의 딸은 온갖 호화로움을 누리면서도 불평이 많은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은 항상 난장판으로 지저분한데 치울 생각은커녕, 시간만 나면 음식을 먹어댔다. 수학 숙제를 도와 주려면, 우리 선생님 방식이 아니라며 아빠를 부르곤 했다.

아빠와 함께 나의 사무실로 온 날 소녀는 왜 정신과 의사에게 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학교에 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니, 뚱뚱하다고 모두 놀리기만 할 뿐 친한 친구가 없다고 했다. 공부 시간에는 공상에 빠질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 쉬운 것들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해 선생님께 야단을 맞는단다. 숙제 적은 종이를 잊어버리거나, 다 끝낸 과제물도 가방 속에 넣어둔 채로 제출을 안해 성적이 나쁘다고 했다.

주의산만증 질문서를 살펴보니, 주의 집중이 힘들고 시작하면 무엇이든지 끝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 리나는 아버지의 유전 인자를 물려받아 주의산만증 증세가 있지만 행동 항진 증세가 없는 얌전하고 조용한, 그러나 공상이 많은 주의산만증 환자였다.

리나는 주의집중을 도와주는 약을 복용하면서 학교 성적이 많이 향상됐다. 자신감이 생긴 후에 리나는 어머니의 비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가 잘하는 재봉일을 같이 하거나 아파트 수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했다. 엄마에게는 야단을 치기 전에 적어도 한 가지는 칭찬하도록 요청했다. 주의산만증 환자는 대체로 자존감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칭찬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도록 도와 준 후에 잘못된 행동은 고치라는 충고를 해야 한다. 이제 리나에게는 친구도 생겼고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리나는 엄마로부터 쉬운 러시아 말도 배우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리나, 이제 부모의 관심과 약물 치료로 주의산만증을 극복하고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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