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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페이스북의 '관심병 환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5/03/20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5/03/19 16:48

최 주 미 / 조인스아메리카·차장

나한테 관심 좀 가져 줘, 플리즈~. 게으른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낯 모르는 미모의 여성이 등장했다. 내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좋아요'를 했다고 표시된 그 포스트는 별다른 코멘트 없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체크인'을 한 피드였는데, 댓글이 100여 개에 육박하고 있었다. 댓글들은 거의 '어디가 아프냐' '교통사고냐' '많이 다친거냐' '빨리 낫기를' 같은 문안 인사였다. 이 분이 누구시지? 연예인인가?

이튿날 내 페친이 동참한 ‘문안 인사’ 덕분에 연예인은 아니었던 그녀의 소식을 다시 만났다.
“어젯 밤에 열이 올라서 병원에 다녀왔어요. 페친들의 관심 덕분에 지금은 다 나은 듯! 쌩유.”

짤막 발랄한 인사와 함께 댓글 줄줄이 달렸던 어제 피드의 캡처 화면이 함께 올려져 있다. 뭐야! 별 일도 아니었네! 하긴, 응급실 가서 페이스북에 ‘나 병원 왔어요’ 표시할 정도라면 심각한 상황일 리가 없지. 근데 요즘은 병원 응급실에 간 것까지도 체크인을 하나?

내친김에 훑어본 그녀의 페이스북은 자잘한 일상의 인증샷과 체크인으로 가득하다.
어제 먹은 알록달록한 마카롱에 카페 옆자리의 포메라니안 얼굴, 매니큐어 화려한 손톱과 오늘 신은 노랑 구두, 셀카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매일 올려지고 있었다. 여기엔 예외없이 눈도장 ‘좋아요’와 예뻐요! 맛있겠다! 너무 귀여워! 부러워요! 같은 '답변의 정석’들이 줄줄이 달려있다. 전형적인 '관심 욕구 충족'용 페북이다.

요즘 SNS는 관심 받기와 존재감 드러내기의 총력전장이다. 조명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앞에 나서는 것이 겸연쩍고 드러나는 것이 면구스럽던 20세기형 머뭇거림은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과 함께 수줍게 퇴장했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만 바라봐~’를 주문하는 시대,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관심이 아니라 불러내어 요구하고 얻어내는 시대다.
관심 좀 가져줘, 넌 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없어?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본성은 모두의 것이다. 누구도 잊혀진 존재가 되는 것을 원할 리 없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라는 뉴 미디어로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자 귀엽게 응대해 줄 만한 '관심 응석'이 끈적한‘관심병’으로 변질되는 것에는 속이 편치 않다.

늘어나는 ‘좋아요’의 숫자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있고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인 양 착각하게 될 함정도 깊다.

지난 해 페이스북이 발표한 ‘SNS 10대 진상짓’ 리스트에는, 1위가 겸손한 척 하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험블 브래그’ 2위가 구체적인 상황 설명 없이 모호한 단어나 문장으로 궁금증을 유도하는 ‘베이그부커’가 올랐다.

말 그대로 '빤히 보이는 관심 끌기 액션’ 들이 지탄을 받은 셈인데,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이 진상짓 3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게시물이 슬프든 좋든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도 페이스북의 공해로 여겨진다니, 관심병 유저들이 그렇게도 집착하는 ‘좋아요’의 실체가 어쩌면 이처럼 무심하고 무의미한, 관심인 듯 관심 아닌 관심 같은 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허망한 웹 세상의 우리 모습이 살짝 애처롭게 느껴진다.

SNS는 자기 표현의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드러낸 내 모습에 타인의 반응과 응답이 어떻게 돌아오건, 별 수 없이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나라면 그런 나에게 진정성 있는 ‘좋아요’를 누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 페친들의 너그러움이 부끄럽게 깨달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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