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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화상통화로 소통하는 한국 노인-프린스턴 학생들…'SAY' 통해 '배움의 정' 나눠요

유학생 출신 공익근무요원 조용민씨가 창안
은퇴 후 사회참여 한국어 공부로 '윈윈' 효과

37년간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양은용(69)씨. 그에게는 매주 한 번씩 서울시립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복지관에 오자마자 양씨는 익숙한 손길로 컴퓨터에 있는 화상통화 프로그램에 접속한다. 그러자 컴퓨터 화면에서 젊은 대학생이 다소 서툰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는 청년은 태평양 건너편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대 4학년 프랭크 우씨다. 이들은 화상통화를 하며 한참을 한국어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양씨는 우씨의 한국어 강사다. 이들을 이어준 것은 일주일에 30분씩 한국의 노인과 미국의 대학생이 일대일로 한국어로 대화하는 'SAY(Seniors and Youth)' 프로그램이다. SAY를 통해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프린스턴 학생들이 한국의 노인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것.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프린스턴을 휴학하고 현재 복지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학생 출신 조용민(24)씨다.



조씨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캠퍼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날로 늘고 있다. 또 은퇴 후 노인들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픈 꿈이 있다"며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노인들의 소망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바람이 SAY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프린스턴에서 동아시아 강의를 맡고 있는 서주원 교수와 함께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화상통화를 이용한 한국어 회화 강좌를 시작했다.

첫 학기 6명의 학생이 등록했으며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봄학기에는 8명으로 늘었다. 한인과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인들과 짝이 돼 한국어 회화 수업에 열심이다.

한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프랭크 우씨는 "대학 입학 때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며 "대화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할머니의 삶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에 대한 공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가르치는 노인들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은행원.교사.대학강사.엔지니어 등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은 "은퇴 후에 영어공부도 하고 합창도 했는데 다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권화차(79)씨는 "여든을 바라보는 내가 아직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이인욱(64)씨는 "다소 경직된 시각으로 살았었다"면서 "그래서 퇴직 후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SAY를 통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SAY에 대해 다른 대학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씨는 "예일대 등 여러 대학 학생들과 프로그램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무료로 노인들과 화상채팅을 하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며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효과 등에 대해 더 면밀히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사는 한인 노인들의 참여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SAY의 배경에는 고령화사회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의 사회 참여 목적이 있다. 미국에 사는 노인들이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면 너무나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소집해제되는 조씨는 SAY가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계속 성장하길 희망했다. 이를 위해 복학을 늦출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문화와 세대 간 어울림을 통해서 이뤄지는 아름다운 파트너십이 계속 퍼져나길 바린다. 그래서 세계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것이 SAY의 꿈이다"고 강조했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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