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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뉴욕시장의 이상과 현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정연설에서 원대한 구상을 밝혔다. 주택을 평등사회 구축의 주요 현안으로 설정했다. 핵심은 서민용 적정형 주택(Affordable Housing)의 확대다. 향후 뉴욕시 일원 15개 지역의 조닝을 변경해 개발하려는 복안이다. 여기엔 한인들의 본거지인 플러싱의 서쪽 지역도 포함된다.

시장의 정책 방향은 나름 타당하다. 주택은 중산층이하 뉴요커들에겐 최대 난제다. 부족한 주거공간 치솟는 임대료는 서민들의 삶을 옥죈다. 그런데 시장의 정책 추진 앞엔 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드블라지오의 조닝변경안에 개발 예정지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이전 시정부들은 주민들을 배제한 하향식 개발계획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임대료 상승과 투기열풍으로 정작 토착민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개발회사들의 배만 불리는 과거의 관행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개발의 첫 삽을 뜨기 전에 여러 사항의 점검이 요구된다.

조닝변경과 개발에서 우선순위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필요다. 따라서 주민들의 유효한 참여 보장이 절실하다. 개발 진행의 전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모든 자료와 정보가 공개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개발로 건설될 주택은 기존 거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수준과 맞아야 한다. 주택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면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빌딩 소유주에게 80%의 유닛까지 시장가격 임대를 허용하는 기존의 '80/20 규정'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신규 주택들이 최저소득계층까지 포함한 모든 지역 주민들의 수요에 부응할지가 문제다.

기존 서민주택의 보존도 관건이다. 만성적인 거주공간 부족 사태의 한 원인은 서민용 적정형 주택의 감소다. 이미 현실은 최악의 상태를 가리킨다. 렌트안정법 대상 아파트들도 빠르게 시장가격 임대 아파트로 전환되고 있다. 이민자 밀집 지역인 퀸즈의 경우 주민의 50%가량이 소득의 30%를 임대료로 지불한다. 30%의 주민들은 심지어 소득의 50%를 임대료로 지출한다. 이러니 생활의 안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개발로 들어선 신규 주택보다 더 많은 숫자의 기존 서민주택이 감소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한편 개발로 인해 시장가격 임대료를 지불하는 인구가 다수 유입되면 그 지역은 고급화가 진행된다. 그러면 지역사회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살아가던 서민들은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난다. 이런 개발의 부작용이 뉴욕시장의 조닝변경안과 개발계획을 주민들이 불신하는 이유다.

지역사회의 사업체와 일자리 보호도 고려 대상이다. 지역사회 소상인 업체들은 일자리 창출과 커뮤니티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현존하는 일자리는 지역사회 가정의 소득안정과 생계유지를 위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개발에 따른 신규 일자리는 가족부양이 가능한 임금수준이어야 하며 지역내 고용을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개발은 공공시설과 사회 기반시설의 존폐를 위협한다. 학교 공원 교통 배수시설과 기초 기반시설의 확충은 개발의 추진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결국 조닝변경과 개발은 지역사회의 현황을 면밀히 살펴 종합적인 안목으로 진행되어야 할 간단치 않은 현안이다.

시정부의 행정은 정확한 현실의 바탕하에 이상을 구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지금 드블라지오 시장은 조닝변경안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가 이상의 빠른 실현을 추구하느라 더 나빠진 현실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개발은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차 주 범

민권센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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