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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래 최악…가주 '메가가뭄' 온다"

4년째 극심한 가뭄…향후 기후환경 전망과 대책은

1월 강수량 1850년 이후 최저
호수·저수지 수위도 가장 낮아
남서부지역과 중부 대평원
2050년까지 가뭄 심화 예상
주정부 서둘러 물 관리 강화
작년 71억여 달러 예산 통과
알래스카까지 물 파이프라인
담수화 공장 건설 등 박차


4년째 접어든 가주 가뭄의 끝이 안 보인다. 비는 내리지 않고 적설량은 줄었으며 호수의 수위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지난 연말 폭우가 내렸지만 해갈은 커녕 가뭄 최고단계인 4단계 지역은 오히려 늘었다. 전망은 어둡다. 일부에서는 수십년 동안 가뭄이 지속되는 '메가가뭄(megadrought)'이 올 것이며 지금의 상태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맞춰 가주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 자체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주 정부도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거대한 방향전환에 나섰다.

전례없는 상황

가주의 올해 1월 강우량은 185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호수와 저수지의 수위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엔 레이크 샤스타의 바닥이 일부 드러나면서 1차 대전 시기의 고속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주 농장은 가뭄이 와도 지하수는 건드리지 않았다. '전략적 비축'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2만년 동안 자연상태로 있던 지하수를 앞다퉈 퍼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반이 1년에 1피트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가 갈라지거나 철로가 뒤틀리고 우물이 완전히 마르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농부들은 수익성 낮은 작물을 포기하고 물을 많이 먹음에도 불구하고 호두와 아몬드 같은 환금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목화와 쌀 생산량은 지난해 25%나 줄었다. 목화 감소분은 청바지 5400만 벌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감귤 나무를 뽑아내는 농가도 적지 않다.

수십년간 지속될 수도

이번 가뭄이 몇 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십년간 이어지는 '메가가뭄'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1000년래 최악의 가뭄으로 진단하고 남서부지역과 중부 대평원 지역에 2050년까지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저널에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연방항공우주국(NASA) 벤자민 쿡 환경과학자는 "지금까지의 기준으로 보면 21세기말까지 거의 매년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북미의 서부지역은 앞으로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보고서의 공동 집필자인 코넬 대학교 토비 올트 교수는 "서부와 중부 지역에 35년 이상의 '메가가뭄'이 올 확률은 8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올트 교수에 따르면 1930년대 중부 대평원을 휩쓴 가뭄은 35년 이상 지속됐다.

가뭄은 새로운 기준

사막기후인 가주는 인위적인 계획에 의해 거대한 농장으로 바뀌었다. 대공황과 함께 시작된 댐 건설 붐 덕분이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 거대한 전환의 기본 플랜은 강우량이 많은 북쪽의 물을 건조한 남쪽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수로(운하)와 저수지를 건설했고 댐은 40개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농장과 거주지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와 농업 생산력이 급증했고 인구는 거의 4배로 뛰었다. 미국 아몬드의 99%, 마늘의 97%, 당근의 69%는 가주에서 나온다. 특히 아몬드는 전세계 생산량의 82%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방식의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 노아 디펜바우 지구과학과 연구원은 "예전의 가주가 아니다. 최근 기온이 상승하는 해가 대부분인 것에서 보듯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펜바우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후변화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달 '가뭄이 가주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는 연구를 지난 2일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그는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가뭄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인재라고 결론내렸다.

시스템을 바꿔라

스탠포드 대학 수자원활용 싱크탱크 소속의 리온 셰프티츠키 서부지역 수자원 디렉터는 최근 "(현재의 가뭄을) 관리와 공학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리를 잘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가주에선 댐건설과 폐수 정화·빗물 집수 시설 건설 등 수자원 인프라 건설 예산 71억2000만 달러가 승인됐다. 새로운 시스템의 출발이다.

가주 정부는 우선 자연 증발을 막기 위해 지상의 관개수로를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담수화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때 건설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기피됐던 담수화 공장은 가주 해안선을 따라 건설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 인근의 칼스배드 담수화 공장은 내년에 문을 열고 가동된다. 가장 획기적인 계획은 알래스카나 워싱턴주에서부터 담수를 가져오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으로 최근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

또 골드러시 이후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에 대한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제한하기 시작됐다. 가주는 지하수 관리법이 없던 유일한 주라는 딱지를 떼고 지하수의 효율적 관리에 나섰다.

기후변화로 시작된 가뭄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면에서 현재 상황은 비관적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면 극복한 위기라는 면에서 낙관적이다. 여기에 가주의 번성이 달려있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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