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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고전음악] 미국의 자존심 번스타인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1918∼1990). 그는 포디움에 서서 엉덩이를 흔들고 때로는 펄쩍펄쩍 뛰면서 (Lennie's leap) 온몸으로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휘했던 인물이다.

 혹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 손짓하나로 오케스트라를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는 카라얀에 견주어 그를 쇼맨쉽이 많은 '카우보이 지휘자'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 자신은 이러한 자신의 지휘 행태에 확실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손과 팔만이 아니고 얼굴표정과 몸짓을 동원해서라도 오케스트라와 정확하고 이해가 쉬운 의사소통을 원했던 것이다. 또한 지휘자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와같이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가장 좋은 조명을 받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적 자유분방함의 소유자인 번스타인은 매사추세츠의 평범한 유태인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지는 못했지만10살때 우연히 피아노를 가지게 되면서 그의 음악인생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이것은 그의 음악인생에 많은 자양분을 제공하였다) 이어 작곡으로 전향한 후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위해 커티스음대의 프리츠 라이너를 찾아간다. 이후 탱글우드 음악제와 뉴욕필에서 경력을 쌓게 되었는데 1944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뉴욕필을 연주하던 브루노 발터가 지휘도중 쓰러지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바통을 이어받은 번스타인은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감하였고 이 사건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일약 세계적인 지휘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후 유럽출신의 텃세가 지배하는 고전음악계에서 미국의 자존심으로 승승장구하던 번스타인은 1969년 다시한번 모험을 걸었다. 유럽상륙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유럽에 체류하면서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을 연주한 결과 대성공을 이루었다. 1979년에는 마침내 베를린 필을 지휘하게 되었고, 독일 통일을 기념하는 음악회에서는 베토벤-쉴러의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대치하는 재치도 보여주며 유럽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그의 음악경력은 지휘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음악교육가로서 TV에 나와 해설을 곁들이며 연주한 청소년 음악회 (Young People's Concert)는 미국 문화에 기여한 공로가 상당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1973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노암 촘스키의 언어학 이론을 바탕으로 행한 음악강연 '대답없는 질문 (The Unanswered Question - Six Talks at Harvard)'은 음악이 투영하는 또 다른 모습을 음미하게 해준다.

 작곡자로서의 번스타인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모습중 하나이다. 미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비롯하여 캔디드, 온 더 타운 등의 대중적 명작이 있는데 캔디드 같은 곡에는 수학적 증명이 끝났을때 적는 Q.E.D. (quod erat demonstrandum)같은 재미있는 가사도 보인다.

 번스타인은 종교음악도 몇편을 썼는데, 재클린 오나시스여사의 위촉을 받아 1971년 워싱턴 DC에 문을 연 케네디센터의 헌당에 쓰인 미사곡과 영국 치체스터 대성당에서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을 위해1965년 쓴 '치체스터 시편 (Chichester Psalms)'이 주목할만 하다. 치체스터 시편에 대해서 작곡자 자신은 "내가 작곡한 것중 가장 음색이 멋진 곡이다"라고 밝힐 정도로 그의 특출난 재능이 녹아있는 곡이다. 히브리어 가사와 낭만적 선율, 그리고 리듬과 다이나믹을 고조시키는 타악이 만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현대곡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구미가 당기는 곡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 (12월 4일과 5일) 컬리지 파크소재 매릴랜드 대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음악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치체스터 시편을 연주한다고 한다. 이에 반가운 마음으로 작곡자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기위해 몇자 적게 되었다.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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