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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윌리엄 블레이크의 정신병

윌리엄 블레이크는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이었으며 화가였다. 그러나 당시 지식인들은 비 세속적인 미치광이로 불렀고 환상을 보는 신비주의자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했을 때, 시인 워즈워스는 “이 가난뱅이는 미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의 광기 가운데서 많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블레이크의 정신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우선 그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1795년 이후 1827년 사망할 때까지 정신적으로 절망상태에 빠졌고 창조력을 거의 잃어 궁핍한 가운데 일생을 마쳤다. 그러나 1803년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면, 네 손바닥 안에 무한이 있고,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로 시작되는 뛰어난 서정시 ‘순수의 예언’을 발표한 것을 보면 그의 우울 상태는 가끔씩 인생을 관조하는 맑고 밝은 기간이 섞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가계를 보면 형제들 중 한 명이 모세와 아브라함의 환상을 본다고 해서 조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블레이크는 어려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발생하는 깊은 우울증에 잠겼으며 그 사이에도 흥분하고 분노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적었다.

‘순수의 예언’ 중간에는 “즐거움과 화는 성령의 옷 같이 잘 섞여 있어서, 슬픔과 낙망 밑에는 항상 즐거움이 비단 같이 짜여있다.”라고 해서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한 듯 한 인상을 준다.



윌리엄 블레이크를 연구한 학자 휴버트 노먼 박사는 “블레이크가 보인 허영심과 자신에 대한 과신, 그 후에 오는 심한 우울증을 보면 조울증으로 결론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신 상태의 변화는 너무 심해서 자제력 상실, 정신적 불안정, 충동적 폭력, 환각과 망상이 따라서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었다.

1800년 한 부유한 친구의 초대로 펜팔이란 해안가에 머물렀을 때 그의 정신병 증세는 심했다. 바닷가에서 그는 모세 같은 예언자들, 호머, 단테, 밀턴 같은 예술가들의 환상과 대화를 나눴다. 때로 그는 달아오른 머리에서 튀어나오듯 종잡을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그가 8세부터 천사와 유령 같은 승려들의 환상을 본 것은 이미 소개했다. 그것 말고도 그는 천사 가브리엘, 성모 마리아와 대화를 했다. 한번은 블레이크가 들판에서 건초를 말리는 농부들을 보면서 그 사이에 천사들이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극진히 간호하던 동생이 죽었을 때 로버트의 영혼이 기쁨에 차서 천장을 뚫고 날라 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 후에 죽은 로버트의 혼이 자기 앞에 나타나서 출판 기법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조증과 울증이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기분의 변화가 극단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환각이나 망상 등 정신병 증상이 동반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단순히 심한 기분 변화만 보이면 ‘정신병 증세가 없는 양극성 장애’라고 부르고 정신병 증세가 있는 경우에는 ‘정신병 증세가 따르는 양극성 장애’로 따로 구분한다. 따라서 블레이크의 정신병은 후자에 속한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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