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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자살이라는 합병증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미국에 도착한 1973년부터 정신과 수련의 과정을 시작했으니 정신과 의사의 길을 42년간 걸어왔다. 그동안 내가 치료하던 환자 중 세 명이 자살을 하는 아픔을 나는 경험했다. 세 명 모두 남자였다.

통계적으로 자살 기도를 하는 빈도수는 3대 1로 여성이 많다. 반면 자살 기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남자가 3배나 높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쉽게 감정 표현을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으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총이나 노끈 등으로 자신을 파괴하기 쉽다. 여성의 경우 약물 과다복용 등의 방법을 쓰기 때문에 시도에 그치는 수가 많다. 남성 자살률이 높은 또 하나 이유는 술을 마심으로써 감정 자제 능력을 잃게 되어 자살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잃은 환자는 수련의 2년차 때 군인 재활병원에서 치료하던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이 젊은 백인 남자 환자는 군에 입대했다가 정신병 발발로 병가 제대한 후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쉽사리 퇴원시키기가 힘들어 치료팀은 일단 주말에 휴가를 보내보기로 했다. 사회로 돌아 가기 위한 걸음마 연습용으로. 하지만 그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다. 아마 부모를 대할 자신이 없었던 듯했다.

두번 째 환자는 일본인 2세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강박 증상이 강했던 엔지니어였다. 일생을 정직하고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일을 하고서 이제 은퇴의 느긋함을 맛보려는 시기에 국세청 세무조사라는 불편한 사건이 터졌다. 몇 번이나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알리고 증거를 제시했지만 시간을 질질 끌며 조사를 계속하는 세무관리들에게 그는 끝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본인의 결백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자신의 손으로 생을 끝내고 말았다.



세번째 환자는 카이저병원 외래 사무실에서 몇 년 간 봐 왔던 백인 젊은이였다. 고교시절 학교를 무단 결석하고 마약에 깊숙히 빠져있던 그를 유대인 부모는 조부모 댁에 당분간 보냈다. 부모와 달리 자신을 격려하며 잘될 거라고 믿어 주는 조모부 밑에서 청년은 '나를 신임하니 더 잘해야겠다'라고 마음 먹고 전자공업학교에 입학했다.

나아진 아들을 부모는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조울증을 앓으면서 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이 젊은이의 걷잡기 어려운 분노와 심한 열등감, 이를 잊기 위해서 마셔대는 음주나 마약의 습관을 받아들이기에는 부모의 인내에 한도가 있었다. 어느 날 청년의 부모는 아들이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자살을 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왔다. 그 부모는 나와 마약 재활치료사를 아들의 장례식에 초대했다. 처음 경험하는 유대식의 장례는 환자의 친구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들은 슬퍼하는 대신 고인과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얘기하였다. 그것은 마치 축제의 송별회 같았다.

이 세 명을 통해서 나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앓았던 정신분열증, 주요 우울증, 조울증은 가장 자살이 많은 무서운 두뇌 질병이다.

일찍 진단하고 다방면(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의 치료를 함으로써 자살이라는 합병증으로부터 우리의 사랑하는 이웃들을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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