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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뮤지컬 ''태평양 서곡''의 암초

취재일기: 뮤지컬 '태평양 서곡'의 암초



박숙희

특집부 기자





암초만난 뮤지컬 '태평양 서곡'을 지켜보며



4일 밤 맨해튼의 뮤지컬극장 스튜디오 54에서 열린 '태평양 서곡(Pacific Overtures)' 오프닝에서 무대장치로 사용된 일본식 병풍 중 한쪽 그림이 무대 위로 떨어졌다. 극중 해설가이자 주인공인 B.D. 왕은 노래하던 중 '아후'하고 즉흥적인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한 테크니션이 무대로 걸어나와 병품 그림을 갖고 들어갔다.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해했다.

이런 해프닝은 '태평양 서곡'이 뉴욕 언론으로부터 혹평의 화살을 맞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설상가상의 사건.

19세기 중반 일본을 개방시키려고 등장한 미국의 페리 총독이 일본 서민들과 겪는 문화의 충돌을 코믹하게 그린 이 뮤지컬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캔디드'의 명장 스티븐 손하임이 작곡한 작품이다.

그러나 명장의 이름에 맞지 않게 노래는 반복적이며 어쩐지 귀에 담겨지지 않는 지루한 톤이다. 아시아계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이국적'이며 그럴싸해도 가창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마치 학예회를 보는 것만 같다.

스토리는 21세기로 가는 세계관과는 정반대편에서 제국주의 시각을 과장되게 담아내고 있다. 페리를 비롯한 미국인이 코가 긴 괴물형 가면을 쓰고 등장하며 가나가와의 기생 5명 중 2명은 남성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 동성애 연극광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1976년 초에 첫 무대에 올려져 193회 공연되었던 이 '태평양 서곡'이 컴백하는데는 28년이 걸렸다. 뉴욕 내 아시아계 인구가 10%에 달하는 지금 브로드웨이에 인도산 뮤지컬 '봄베이 드림'에 이어 '태평양 서곡'이 올려지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최초의 아시아인 에이몬 야마모토가 연출했다. 그리고 한국계 훈 리.다니엘 J. 박을 비롯해 일본.중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아시아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기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해 중국계 이민자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플라워드럼 송(화고곡)'도 브로드웨이에 리바이벌됐다. '마담 M'의 작가 데이빗 헨리 황이 현대식으로 새로 각색하고 '미스 사이공'의 스타 리아 살롱가가 주연한 한 이 뮤지컬도 롱런에는 실패했다. 필리핀 출신 두 배우가 중국인으로 분한 것도 문제였지만 구태의연한 이민자 스토리 히트곡없는 노래는 아시아계 관객과 뮤지컬광 모두를 놓칠 뿐이었다.

그러면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 아시아 배우들이 출연한 뮤지컬은 흥행이 안되는가?

예외는 있다. 발리우드라 불리울 정도로 뮤지컬 영화의 대국을 자랑하는 인도는 회심의 역작 '봄베이 드림'을 갖고 지난 봄 브로드웨이에 상륙했다. 뉴욕의 비평가들은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라고 야유를 보냈지만 화려한 세트와 의상.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들은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비평과 무관하게 이 뮤지컬의 흥행이 순조로운 것은 바로 뮤지컬에서 관객이 원하는 '화려한 볼거리' '좋은 음악' '흥미로운 이야기'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빅토리아 시어터에서 초연된 후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 안착해 순항 중인 '난타(Cooking)'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케이스다. 무언어의 보편성 부엌이라는 참신한 무대 인물의 개성은 뉴욕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듯하다.

내년이면 한국계 우디 박이 작곡한 새 뮤지컬 '메이킹 트랙'이 브로드웨이를 노크할 예정이다. 초기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이민온 중국인들이 이야기를 담은 이 뮤지컬은 시애틀에서 초연되어 뉴욕에 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브로드웨이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 이 작품이 진정 아시아인의 긍지를 높여줄 문제작 뮤지컬광을 즐겁게해 줄 흥행작이 될지 궁금하다.

nysuki@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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