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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집중조명<6> 온 더 트웬티에스 센추리(On The 20th Century)…"인생은 기차와 같다"

시카고발 뉴욕행 기차서 펼쳐진 16시간
스타와 극작가의 사랑 그린 코믹 뮤지컬

포터: "로버트 풀턴은 말했지 '인생은 항해와 같다'고. 아이작 뉴턴은 말했지 '인생은 사과와 같다'고. 체스터필드경은 말했지 '인생은 코트와 같다'고. 우린 말하지 '인생은 기차와 같다'고." -온 더 트웬티에스 센추리 대본 중-

지금이야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2시간여 정도 걸린다지만 80년 전에는 어땠을까. 1900년대 초반부터 운행을 시작한 '트웬티스 센추리 리미티드(20th Century Limited)'가 한창 두 지역을 활발히 오가던 때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차'라고 광고를 했던 그 때 이 기차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때는 1930년대.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럭셔리 기차 '트웬티스 센추리' 안에서 벌어지는 16시간. 좁은 기차 안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나 싶겠지만 실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기차를 탄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 타기 때문이 아닐까.

기차에 탄 화제의 인물은 릴리 갈런드. 당대 최고의 영화 배우다. 릴리가 기차에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오스카는 여차저차해 릴리가 타는 열차칸 옆 칸을 차지한다. 오스카는 한때 이름을 날리던 극작가였지만 지금은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한풀 꺾인' 극작가다. 대스타인 릴리를 설득해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고자 릴리 옆 칸을 노린 것이다.



알고보니 릴리와 오스카는 단순한 작가-배우 관계만은 아니었다. 오스카가 바로 릴리를 발굴해 키운 장본인이다. 그리고 둘은 연인이었다. 둘의 관계는 이미 끝난건지 몰라도 마음 속 감정의 앙금은 아직 남은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6시간 후 둘은 다시 연인으로 이어진다. 물론 기차 안에서 웃지 못할 사건들을 겪은 다음에다.

스타 배우들의 명연기

인기 배우의 무명 보조에서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된 '릴리 갈런드'. 이 역을 맡은 주인공은 다름아닌 크리스틴 체노웨스다. 토니상 에미상 수상자이자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오리지널 글린다로 이름을 날린 배우.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로 관객들을 휘어잡는 체노웨스의 존재감이 '온 더 트웬티스 센추리'호의 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답게 리릭 소프라노와 뮤지컬 디바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목소리에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제대로 입혔다.

릴리 갈런드의 상대역인 오스카 재피는 드라마 '디 오씨(The O.C.)'와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아메리칸 뷰티' 등으로도 유명한 배우 피터 갤러거가 연기한다.

스크린에서 자주 만나던 갤러거의 무대 출연이 신선하다. 릴리의 현재 연인인 브루스를 연기하는 배우는 앤디 칼.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록키'에서 복싱으로 다져진 몸을 십분 활용해 이 작품에서도 괴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체노웨스와 함께하는 능청스러운 연기 또한 찰떡호흡.

스타까지는 아니지만 극을 오픈하는 포터(짐꾼) 4인방 또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환한 표정과 가벼운 탭댄스로 관객들의 마음을 활짝 연다. 아마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캐릭터 중 하나일 것이다.

한 편의 만화같은 공연

극의 배경이 '기차'로 한정돼 있긴 하지만 이에 반해 무대 위에서 보이는 장면은 굉장히 다채롭고 화려하다. 지금 기차 칸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인물들의 과거 회상을 적절히 보여줘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1930년대를 재현한 의상과 무대 디자인 또한 당대 분위기에 충실하면서도 세련됐다. 클래식한 오페레타(Operetta.짧은 오페라)와 현대적인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괴짜 등장인물이 나오는 희극)의 적절한 만남이라고 할까.

과할 정도로 '오버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자체도 볼거리요 기차의 외관.내부.정면.측면 등을 세심하게 보여주는 무대 연출 또한 톡톡 튄다. 특히 정신질환자 할머니 '레티샤 피버디 프림로즈'가 사람들을 따돌리며 기차 곳곳을 돌며 숨는 장면은 무대 연출로 보여줄 수 있는 코믹함의 절정이다. 만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 무대 위에서 실현되는 짜릿함이 관객을 자극한다.

이 장면을 눈여겨 보세요

Veronique=유명한 스타의 괴짜 피아노 연주자였던 릴리의 재능을 발견하는 오스카. 오스카는 릴리를 슈퍼스타로 키우기로 결심한다. 체노웨스의 괴짜 코믹 연기가 유난히 돋보이는 장면이다. 피아노 연주자에서 화려한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이 한 순간으로 압축돼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Mine=릴리의 옛 연인 오스카와 현재 연인 브루스가 서로 '릴리는 내 것'이라고 노래하는 장면. 기차에서 거울을 보고 릴리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도록 연출한 점이 똑똑하다.

Life is Like a Train=2막을 여는 포터들의 탭댄스 공연. 네 명이서 딱 딱 맞추는 동작이 재미있다. '인생은 기차와 같다'고 노래하는 이들의 익살스러움과 장난끼 넘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공연정보 (7월 5일까지)

공연장: 아메리칸에어라인스시어터(American Airlines Theater 227 W 42nd St.)

일반 티켓: 150~160달러(오케스트라 중앙 좌석 기준)

할인 티켓: 112달러(www.ohshow.net 212-842-9311 한국어 가능) 20~25달러(18~35세 위한 '힙틱스' 프로그램 가입자)

웹사이트: www.roundabouttheatre.org

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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