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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종교와 과학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역사적으로 종교(믿음)와 과학(이성)은 상호 보완과 대립 속에서 발전해 왔다. 과거에는 종교가 대체로 우세했으나,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대에는 러셀의 말대로 과학이 대체로 승리하는 듯하다.

불가에서 종파를 막론하고 공부하는 반야심경을 살펴보자. 일체가 공(空)이며, 이는 분별지(分別智·이성에 의한 과학적 지식)가 아닌 반야지(般若智·반야의 지혜)로서만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세계는 분명 공이 아니다. 현대 과학은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에 있을까.

모든 물체는 뉴턴의 역학법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실체와 허상, 유(有)와 무(無) 등 대립적인 개념들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실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허상이라거나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러나 '입자-파동의 이중성'에 기반한 현대물리학은 시공간과 물질 모두가 무에서 나왔다고 추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인간 지성의 결정체인 수학체계에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는데, 그만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이를 '불완전성의 정리'라고 하는데, 풀어보자면, 분별지로 시비를 가리려들면 모순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게 된다는 의미이다. 현대의 많은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오랜 노력과 많은 논쟁 끝에 최근에야 겨우 짐작하게 된 것을, 어떻게 이천 년도 훨씬 전에 한 성현은 과감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고 비를 내려달라고 비는 것도 미신이라 할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만을 '신앙'하는 태도 또한 또 다른 형태의 미신일 수 있다.

진리(삶의 진실)를 제대로 보려면 마음의 눈이 열려야 한다.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이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바로 마음의 눈이 열린 사람들일 것이다.

한 제자가 유물론, 심리학 등에 심취하여 "인과는 착한 일을 하라는 방편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대종사께서는 "인과는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열려 직관하는 세계인데 마음에 때가 끼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느냐. 좌선할 때 마음이 적적성성(寂寂惺惺·고요하고 초롱초롱함)하게 지속하기를 몇 달 이상 한 후에 진리에 비춰 본 후에 가늠이 생기는 것이다. 책 몇 권 보고 어찌 인과를 부인하느냐. 불교의 진리와 과학이 충돌한다면 과학적 결론을 따라야 한다"는 어느 미국 선사의 입장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이 별거 아니다"라고 쓰고 있는 이 글 역시, 주로는 이성적, 논리적 사고의 산물일 만큼, 마음의 눈을 열게 하는데 과학(이성 및 논리적 사고)은 지대한 역할을 해 왔고, '진리적 신앙'과 '사실적 수행'을 주장하는 원불교에서도 익히 강조하는 바이다.

다만, 불완전한 '오감(五感)'이 주가 되는 과학으로 입증이 안 된다고 해서 "진리가 아니다" 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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