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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존엄사 합법화' 탄력 받을까

말기 뇌종양 환자 메이나드가 촉발
주 상원 보건위 법안 통과로 새전기

' 죽을 시점 선택' 심리적 저항 감소
찬성 70%대…의사도 50% 넘어
현재 3개 주 합법, 46개 주 추진 중
반대론자들 인위적 생명마감 경계
노인·장애인·빈곤층 등 남용 우려
가톨릭 신자 주지사 반대 가능성도


지난 25일 존엄사를 허용하는 AB128 법안이 6-2로 가주 상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존엄사 합법화 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정식 법안명 '삶의 마감 선택법(End of Life Options Act)' 통과로 전국적인 존엄사 운동은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 존엄사 운동 확산은 말기 뇌종양 환자 브리터니 메이나드(29)에서 시작됐다. 북가주에서 오리건 주로 이주해 지난해 11월 1일 존엄사를 택한 메이나드는 유튜브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며 수천만 명에게 존엄사 합법화를 호소했다.

현재 존엄사가 합법인 주는 오리건·워싱턴·버몬트 3개 주다. 뉴멕시코·몬태나 주에서는 존엄사가 합법이라는 판례가 있다. 현재 존엄사 법안이 상정된 곳은 18개 주. 상정 계획인 곳까지 합하면 28개 주에 이른다.지도 참조>



죽을 시점을 스스로 선택하고 의사가 이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전국적인 여론조사표1 참조>에서도 찬성은 90년대 이후 60% 중반대에서 7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여론 조사에서는 찬성이 반대보다 2배 많았다.

의학계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의학전문매체 메드스케이프는 지난해 12월 16일 미국과 유럽의 의사 2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의사의 54%가 존엄사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4년전의 46%보다 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AB128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빌 모닝(민주당·카멜) 주상원 의원은 법안 통과에 대해 "(존엄사에 대한) 가주내 정서가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5일 표결에 앞서 열린 주상원 청문회는 전국적 관심 속에 수백명이 자리를 가득 메워 찬반 토론을 벌였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메이나드가 죽기 전 남긴 영상 증언이었다. 메이나드는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극심한 통증과 수치심 혹은 오랜 죽음의 과정으로 인해 고통을 겪으면 안 된다. 어떻게 정부가 나 같은 말기 환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가"라며 존엄사 합법화를 호소했다.

어머니인 데보라 지글러는 딸의 고통을 보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죽음 뿐인 말기 환자도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글러는 "내 안의 모든 것이 '견뎌내라'고 비명을 지를 때도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딸을 놔주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폐암 말기인 LA 거주자 크리스티 오도넬은 "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시달린다"고 증언했다. 오도넬은 "내 육신의 덫에 갇혀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딸과 대화도 나눌 수 없을 것"이라며 "딸에게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대도 거세다. 남가주종양학협회의 워런 퐁 회장은 "의사 입장에서 환자의 죽음을 돕는 것은 환자를 버리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의학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퐁 회장은 "일시적인 대중적 지지를 지혜로 착각하면 안 된다.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중요하지만 그건 결정에 필요한 요소의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반대론자들은 의사가 목숨을 끊을 약물을 처방하면 거대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며 법안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법안이 한 번 통과되면 실수나 남용을 되돌릴 길이 없다며 환자들 중에는 재정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생을 마감해야 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안은 ▶말기 환자로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성인이 ▶두 명의 의사로부터 6개월내 시한부 환자라는 진단을 받아야 하며 ▶의사는 환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약물을 스스로 투여할 능력이 있음을 확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는 언제라도 존엄사 결정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는 단서도 있다.

공동발의자인 로이스 워크(민주당·데이비스) 주상원 의원은 존엄사 시행의 공포가 근거없는 사례로 오리건 주를 인용했다. 1997년 존엄사법이 시행된 오리건주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859명이 존엄사를 택했다.표2 참조>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55건의 처방이 행해졌고 지난 2월 현재 이 처방에 따라 105명이 존엄사했다.

법안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의학계와 장애인·종교 단체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법안은 주상원 법사위원회과 주상원 전체회의, 주하원을 거쳐야 한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서명도 장담할 수 없다. 브라운 주지사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로 한때 사제 공부를 했던 이력으로 볼 때 종교적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가주는 1992년 이래 지금까지 여섯 번 존엄사 합법화를 시도했다. 1992년 주민 투표는 54 대 46으로 무산됐다. 1995~2008년까지 네 번 법안을 상정했지만 큰 표 차이로 실패했다. 여섯번째인 이번은 이전과 다르다. 가주에서 합법화되면 전국의 분위기도 같지 않을 것이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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