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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스탠포드대 부정행위와 '명예 강령'

김완신/논설실장

명문대학에서의 부정행위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된다.명문대에는 부정행위가 없으리라는 선입견이 깨지면서 '수재들의 일탈'에 일반인들이 호기심을 갖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학교 명성에 비례해 관심도는 높아진다.

하버드대학에 버금가는 서부 명문 스탠포드대학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지난 28일 학교당국은 지난 겨울학기 개론서 수업에서 광범위하게 부정행위가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수강하는 강의 중 하나여서 정확한 '가담' 학생수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대학측은 현재 의심되는 학생들을 개별 조사하고 있다며 수강생의 20% 정도에 이르는 '이례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연루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리사 래핀 학교 대변인은 "학교 규모가 커서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방지를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대학신문 '스탠포드 데일리'에 한 통계학과 교수가 지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86명의 조사 대상 학생 중 약 40%가 부정행위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정행위는 시험 중 뿐만 아니라 논문 표절, 출처를 안 밝힌 인용, 과제 도움받기 등을 포함한다. 실제로 스탠포드대에서는 2013~2014년 학기 83명의 학생들이 부정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벌칙은 커뮤니티서비스에서 정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명문대학의 부정행위는 매번 화제가 된다. 2014년 가을에는 동부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학에서 스포츠윤리학을 수강하던 64명 학생의 부정행위가 발각됐다. 같은 시기, 공립 학교의 아이비리그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유니버시티 오브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서는 학생 3100명이 관련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이 대학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2015년 미국 공립대 조사에서 전국 5위에 랭크될 정도의 명문이다. 1993년에서 2011년까지 18년간 학교 행정직원들까지 가담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부정행위를 통해 학생들은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리포트만으로 A 또는 B학점을 받았다. 또한 3년 전 하버드대에서는 125명이 징계를 받은, 학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부정행위가 적발됐었다.



미국 대학은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대학은 '명예 강령(Honor Code)'을 통해 학생들에게 정직을 강조한다. 리사 래핀 스탠포드 대변인도 "이번 대규모 부정행위 사건은 학생들이 입학할 때 서약했던 '명예 강령'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 강령은 1840년 버지니아대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비롯됐다. 복면을 쓴 학생에 의해 이 학교 교수 존 데이비스가 총격 살해되자, 학생들은 이를 계기로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나아가 타인의 불의를 목격했을 때에도 당당히 지적할 것을 서약한다. 교수도 학생을 존중해 시험이나 과제 등에서 규제를 풀고 자율에 맡기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버지니아대학에서 시작된 명예 강령은 이후 각 대학으로 확산돼 정직을 대학교육의 근본에 두는 전통을 만들었다.

정직은 대학생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는 도덕 학습의 출발도 거짓말 하지 않는 정직에서 시작된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목표도 정직에 기초하지 않으면 허상일 뿐이다. 명문대 학생들이 졸업해 대부분 사회 지도층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들의 부정행위를 학창시절의 일탈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

테네시주 밴더빌트대학의 '명예 강령' 동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학과목에 낙제한 훌륭한 사람은 있지만 '정직'이라는 과목에 실패한 훌륭한 인물은 없다.' 정직하지 않은 지성은 항상, 그리고 더 많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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