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에세이] '자기애 적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자기애 적 성격장애‘의 특징은 과대망상, 남들로부터 존경과 선망을 받고 싶은 욕구,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결여 등으로 주로 청소년기부터 발생한다.

이들은 심한 자부심, 성공, 권력, 아름다움, 지식 그리고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망상과 추구, 자신이 특별하고 유니크한 존재라는 의식, 남들로부터 칭찬과 찬탄을 받고 싶은 욕망, 항상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우월감등을 지닌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고 남들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건방지고 과시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사람마다 저 잘난 맛에 사는 세상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과시하고 뽐내고 우월감을 표시하려는 경향은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서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해서 친구들을 잃고 대인관계에 지장이 생긴다면 ‘성격장애’의 일부로 간주된다.

정신과에서 대하는 환자의 6%-12% 정도로 빈도가 그리 낮지는 않으나 일반인에서는 1%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자기애(自己愛)’란 희랍 신화에 나오는 Narcissus란 이름에서 유래한다.
모든 신의 우두머리이며 난봉꾼으로 유명한 제우스는 장난삼아 부인인 헤라에게 성교 시에 여자가 남자보다 더 즐긴다고 주장했다. 헤라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테레지아스란 인간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테레지아스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약 7년간 여자가 되어 산 특유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질문에 대해 ‘남자가 하나면 여자는 열’, 즉 성교 시 여성이 느끼는 쾌감이 남자에 비해 10배라는 대답을 해서 제우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화가 난 헤라는 테레지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미안한 마음에서 제우스는 대신 그에게 미래를 예언할 능력을 주었다. 그 후부터 테레지아스는 ‘테베의 예언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리리오페란 여인이 이들 나르시서스를 낳자 테레지아스를 찾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들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예언자는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이 자신의 얼굴 모습을 보지 않는다면 장수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에코(Echo, 메아리)’란 요정은 헤라의 미움을 받아 듣는 소리를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스스로 말을 할 수 없으리라는 저주를 받았다. 에코는 우연히 만난 나르시서스의 미모에 반해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애정을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하루는 나르시서스가 친구들과 놀다가 길을 잃었다. 그는 “이리와 만나자”라고 소리쳤다. 냉큼 에코가 그 앞에 나타나 “이리 와 만나자”라면서 그를 포옹하려 했다. 깜짝 놀란 나르시서스는 기겁해서 “만지지 말아”라고 소리쳤다. 미소년에게 버림받은 에코는 시들어 죽었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나르시서스는 그를 사모하는 많은 젊은 남녀들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에 그 자신도 피해자들이 입은 고통을 보게 되었다. 그는 맑은 호수에 바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수면에 비친 남자의 모습에 반했다. 키스를 하고 껴안으려고 할 때마다 물은 흩어지고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도 함께 사라졌다.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그는 비탄에 싸여 죽고 만다. 나르시서스의 누이들이 화장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찾았으나 거기에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가운데가 노란 흰 꽃, 수선화(Narcissus)가 아름답게 피어나 있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