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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자리 찾는 중년 실직자들

이성연/경제부 차장

지난달 27일 취업박람회가 열린 LA컨벤션센터 입구.

깔끔한 넥타이와 수트를 갖춰 입은 젊은이들이 줄을 지어 박람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얼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들을 따라갔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예비 사회인들이다. 불경기에 좋은 직장을 구하고자 취업박람회를 찾은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들을 보다가 기자로서 첫 출근날도 잠시 떠올랐다. 사회 초년생과 같은 마음으로 박람회 현장 취재를 시작했다.

취업박람회장은 초롱초롱한 눈빛의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구직에 대한 열정은 생동감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시카고에서 온 한인 학생은 회사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해 왔다. 이력서를 들고 부지런히 부스를 찾아다니는 어떤 쌍둥이 형제는 똑같은 양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벼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에 선교를 다녀와 한국어가 유창한 한 백인 학생은 법대 입학을 앞두고 인턴직을 알아보려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실리콘밸리의 한 신생기업은 대표가 직접 나와 지원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인재를 놓칠세라 쉬지 않고 회사 홍보에 나섰다. 아무리 경기가 힘들다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그래도 역동적이었다.

이날 행사는 무려 150여 기업과 6000명의 구직자가 참석했다. 취업박람회는 발전을 거듭했다. 올해로 4회째인 이 행사는 첫 행사 때는 고작 50여 개 업체가 참여했었다. 어느덧 4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행사는 남가주를 대표하는 취업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아쉬움도 컸다. 실직한 중년세대 때문이다. 행사장에서 책가방을 짊어지고 나타난 50대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지난해 연말 근무하던 직장에서 감원을 당하고 일자리를 구하던 중 취업박람회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았다. 그에게 구직 조건을 물었다. 그는 많은 월급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희망 급여는 일반 회사 신입초봉 수준이면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지금 취업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생각해보자. 그들을 위해서는 누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까. 정부도, 취업박람회도 그들에겐 관심이 없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야 영어도 되고, 능력도 갖췄다. 심지어 어디를 가도 파트타임이라도 구할 수 있지만 40~60대만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 중년들은 아직도 충분히 건강하고, 누구보다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상 그들은 나이와 경력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사실 청년 취업난만 문제가 아니다. 중년의 실직자들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중년층의 재취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들의 경제활동은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 단지 나이와 경력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그들이 일할 수 있게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중년 구직자를 위한 플랫폼도 마련돼야 한다. 일하고 싶은 중년들은 많지만 그들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다.

다음 취업박람회에는 예비 취업생과 함께 중년 실직자를 위한 대안도 함께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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