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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심실종' 사회의 흉악 범죄

오세진/사회부 기자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크게 앓아누웠다. 지난달 27일, 금요일 오후부터 갑자기 온몸이 불덩이처럼 열이 오르더니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몇해 전 경험해 봤던 신경성 장염인 듯했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때마침 미주 한인 사회 역사상 가장 잔혹한 살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한 '다이아몬드바 시어머니 토막살인 사건'이 터져서였다. 용의자로 체포된 며느리가 왜 그런 믿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을 지, 그 배경을 취재해야만 했다. 사건이 터진 직후라 정확한 팩트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사실과 근접한, 개연성 있는 정황들을 도출해 내야했다. 진통제 두 알을 어렵게 찾아 먹고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엄청난 사건 앞에서 나름 투혼을 발휘했다.

가까스로 기사는 보도했지만 몸이 문제였다. 그날 저녁, 더 뜨거운 고열에 시달렸고, 제대로 호흡조차 하기 어려워 고통스러웠다. 밤 늦게부터는 복통도 시작됐다. 금요일 시작된 병은 주말을 지나 월요일까지 꼬박 4일을 괴롭혔다. 객지에서 홀로 아프다는 설움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친구가 죽 한 그릇을 건넸다. 수 개월 전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한의사 친구였다. 친구는 "내가 유학 생활 오래 해 봐서 알아. 마음이 외로우니 더 아픈 거야"라며 자신의 병원으로 데려가 부항을 떠주고 침도 놓아주었다. 죽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견디는 것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죽 한 그릇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후에도 친구가 지어 준 약을 먹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LA한인타운 여성들도 마땅한 대책 없이 '성폭행 공포'에 떨고 있다. 올해 초부터 타운 곳곳에서 대낮에 성폭행 사건이 자주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30일 윌셔와 웨스턴 교차로에서 벌어진 사건은 여성들을 경악하게 했다. 용의자는 대로변에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한 뒤, 인근 후미진 곳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소식을 접한 성미현(23)씨는 "그렇게 칼을 들이대면 저항할 수도 없고, 길에 사람이 아무리 많다해도 찔릴까 봐 무서운데 (피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혜(42)씨도 "모르겠다. 소리를 질러야 되나, 기회를 봐서 밀치고 도망가야 되나, 그러다 찔릴 것 같고, 정말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실제로 흉기를 들고 덤벼드는 범죄자들을 당해낼 방법은 마땅히 없다. 무방비 상태에서의 여성은 상대적으로 더 저항하기 어렵다. 경찰도 아직까지 대낮 성폭행 증가에 대해 마땅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무리하게 저항하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을 이길 원동력을 공급해 준 친구의 죽 한 그릇처럼, 서로에 대한 관심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여성 가족, 친구, 동료가 있다면 이 기회에 안부부터 묻자. 메신저로, SNS로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도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일 것이다. 혹시 어디선가 어려움을 마주한 여성을 목격한다면 적극 신고하고 도움을 주는 자세도 꼭 필요하겠다. 방법이 없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당신이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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