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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문학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04/0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4/07 22:39

김완신/논설실장

문학은 젊은이들이 하는 예술인가. '문학청년'이나 '문학소녀'라는 말은 있어도 '문학' 뒤에 중년이나 노년을 붙이지는 않는다. '문학 지망자' 보다는 젊은 학생을 뜻하는 '문학 지망생'이라는 용어가 더 자연스럽다.

문학 분야에는 유독 어린 나이에 천재적 감수성을 드러낸 작가들이 많다. 타계한 작가 최인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상했고 황석영도 고교에 자퇴서를 낸 19세에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도 약관 20세 대학생 때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종합일간지 신춘문예는 문학도들의 꿈이다. 작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문단으로 가는 가장 권위 있고 확실한 길이다. 신춘문예가 한국문단에 끼친 영향은 지대해 황순원, 서정주 등의 거장도 이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근대적 의미의 신춘문예는 1925년 동아일보에서 처음 시작됐다. 일본이나 서구에 없는 한국 유일의 제도다. 시대가 지나면서 공모전, 문학상 등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신춘문예는 지금도 문단 진출의 상징적 통로로 남아 있다.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신춘문예 공모가 나오면 전국의 문학도들은 열병을 앓았었다. 당선의 기약없이 펜을 들고 원고지에 쓴 작품 뭉치를 우체통에 넣으면 연말까지 애타는 기다림은 계속됐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은 오직 한 명에게만 돌아가고 낙선자들은 또다시 1년을 기약해야만 했다.

이렇듯 젊은 문학도의 로망이었던 신춘문예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영상과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활자에 기반한 문학이 진부해지고, 난해한 표현과 모호한 주제로 문학이 기성작가와 평론가만의 전유물이 되면서 대중과 괴리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문학은 역동적이지 못하다. 최근들어 신춘문예에 입상한 예비작가들의 연령층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종합일간지 문학상 수상자의 대부분을 30대 후반에서 40대가 차지하고 있다.

미주중앙일보는 올해 문학상의 명칭을 '밝은미래중앙신인문학상'으로 바꾸고 단편소설.시(시조 포함).평론.논픽션.수필 부문에서 작품을 모집한다. 논픽션 생활수기 모집에서 시작해 중앙신인문학상을 거쳐, 금년부터는 밝은미래재단의 후원으로 공모전을 실시한다. 상금이나 규모에서 해외 동포사회 최대 문예공모전이다. 귄위 있는 공모전의 수가 극히 제한적인 미주에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한인사회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특성상 문학 지망생들의 연령대가 높다. 이민사회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고령화되고, 영어권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한국어 구사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문학상의 경우도 응모자가 다양한 연령층에 걸쳐 있기는 하지만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문예창작과나 국문과를 졸업해 글쓰기를 업으로 정한 한국의 응모자들과는 달리 직업군도 다양하다. 예년의 응모작들을 보면 대학 노트 한 권 분량의 자서전을 보내온 노인도 있고, 맞춤법과 어법이 어눌한 어린 학생의 글도 있었다. 반면 한국의 기성작가와 견줄 실력을 갖춘 응모자도 있다. 모두가 소중한 작품들이다.

한국의 어느 소설가는 이런 말을 했다. '작가는 글만 쓰지 않으면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이름 앞에 붙는 작가라는 호칭은 화려하지만 글쓰기는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학중년''문학노년'을 꿈꾸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어로 문학한다는 것이 직업이 될 수 없는 미국에서 순수한 열정만으로 나선 도전이다.

문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박완서는 40세에, 김훈은 47세에 등단했고 박경리는 70이 가까운 나이에 소설 '토지'를 완성했다. 문학청년이 있다면 문학중년도 있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쓰는 일은 '문학'이 됐건 '추억'이 됐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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