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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영화 ‘알피’

‘알피’(Alfie)는 2004년에 제작된 희극영화다. 알피 엘킨스(주드 로)는 영국 출신으로 뉴욕에서 리무진을 운전하는 기사인데 20대 후반인 나이에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미남 바람둥이다. 그에게는 줄리(마리사 토메이)라는 미혼모 여친이 있어서 심심하면 들리는데 그녀는 그의 방탕 기를 묵인한다. 그래서 그는 여자들을 섭렵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끔씩 5개월이나 남편이 가까이 하지 않는 도리란 여자와 리무진 속에서 만난다. 무거워서 잘 움직이지 않고 틴트가 된 창으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으며 와인 바가 마련되어 있고 의자도 푹신한 리무진 뒷자리는 그 복잡한 맨해튼 한 가운데서도 적당히 주차시키면 정사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정사 후 혼자 중얼거리는 말 “실적 달성, 1001 또는 1002”. 격정적인 도리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눈치를 보이는 순간 그는 그녀에게서 손을 떼고 일어나 가차 없이 떠난다. 다른 여자들을 정복하기 위해.

동료들 가운데 말론이란 친구가 있다. 결혼을 머뭇거리다가 참지 못해 그를 차고 떠난 로렛이란 여인에게 가까이 하려 해도 못 본 체하는 그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여자를 꼬이는데 선수인 알피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문 닫을 무렵 로렛이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술집을 찾아간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술을 몇 잔 마신 후 그들은 당구대 위에서 정사를 벌린다. 그 후 무슨 핑계를 댈지 모른 채 거북한 마음으로 직장에 나간 알피는 말론이 흥분해서 친구의 ‘설득’이 있은 다음 날 로렛이 자기에게 돌아왔다는 말을 듣는다. 얼마 후 줄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알피의 부정행위 증거를 잡았다면서 단교를 선언한다. 도리의 빨간 팬티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운 채 길거리로 사라진다. 그런데 그는 또 다른 불쾌한 소식을 접한다. 로렛이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이었다. 말론에게 비밀로 한 채 임신 중절을 위해 병원에 간다. 그 후 아무런 인사도 없이 로렛이 말론과 함께 뉴욕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신을 조금 차린 듯 그는 여인 관계를 한 단계 높이려고 작정한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니키(시에나 밀러)를 만난다. 그녀는 그에게 명절 날 혼자 외롭게 지내지 않게 마련된 ‘크리스마스 기적’이었다. 그들은 동거에 들어가지만 알피는 행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평소의 복용 약을 끊은 니키의 심한 기분 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었다. 니키에게서 멀어지면서 그는 화장품업계 거물인 관능적인 연상녀 리즈(수전 서랜든)을 만난다. 그녀는 알피에 필적할 만한 프로였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알피는 그녀의 고상함과 자신감에 매혹되지만 그녀는 육체적 관계이상 나가지 않는다. 리즈에 빠진 알피에게 실망해 니키가 그를 떠난다.



후에 줄리와 재회한 알피는 다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알피는 그녀를 박대한 과거를 후회한다. 리즈에게 돌아가 위안을 찾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귄다. 도대체 그자가 나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뭇자 그녀는 말한다. “그 애가 너보다 더 젊거든.”

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결혼여부나 나이에 관계없이 동침한다. 그에게 여자를 ‘새’라고 부른다. 사랑을 나눌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맺은 숫자나 정복할 도구일 뿐이다. 그는 자기에만 몰두해 있어서 여자들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어서 감정도 없이 매력적인 여자들과 성관계를 맺는 것으로 그 빈 터를 메우는 것이다. 자기 성찰이 없다. 또 동정심도 없다. 그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남기지만 심리적으로 그들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실패를 해도 거기서 배우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인생에 위기를 맞을 때 주위에 자기 편이 한 사람도 없다. 출구가 없는 길을 줄기차게 달리는 인간이라고나 할까.

알피는 전형적인 ‘자기애 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지닌 인물인 것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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