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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이 칼럼을 읽어야 할 20가지…

최 주 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인터넷 세상을 넘나드는 것이 직업이라 웹에 오르는 무수한 글들을 매일 접하고 산다. 블로그나 게시판, 인터넷 미디어들을 위해 웹 전용으로 쓴 글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지면용 글과는 좀 다른 특징적인 형식을 즐긴다. 가장 흔한 것이 긴 문장으로 풀어쓰는 대신 번호를 매겨 잘라주는 ‘노하우’ 형식의 글이다.

자신감을 높이는 스무가지 방법, 그녀의 마음을 여는 10가지 열쇠, 구직자들이 범하기 쉬운 면접 실수 15가지, 당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20가지 노하우, 영어 달인 만들어주는 필수 문장 100가지….

혹한다. 얼른 클릭해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될 나만의 정보를 훔쳐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10가지 스무가지 100가지 노하우 리스트들에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제목에서 노하우의 개수만 남고 실체가 사라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는 20가지, 죽을 때 후회하는 20가지, 여자는 알지만 남자는 모르는 20가지, 아빠가 딸에게 해줘야 할 20가지, 당신의 노화를 앞당기는 10가지, 은퇴 후에야 비로소 후회하는 10가지, 직원이 승진보다 더 원하는 10가지, IT 전문가가 알아야 할 10가지, CNN이 뽑은 한국이 세계서 가장 잘하는 10가지….

대체 이 얼굴없이 무수한 '가지'들은 무엇인가? 버들가지도 나물 채소도 아니고, 숫자의 단위를 말하는 '가지'라면 어떤 필드에서 추려낸 가지인지를 포함시켜 말을 완성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성공한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는 20가지 생각인지, 20가지 행동인지 혹은 후회인지, 여자는 알고 남자는 모르는 상식인지 명언인지 비밀인지, 노화를 앞당기는 습관인지 화장품인지 음식인지, 굳이 정확한 분류가 어렵다면 그냥 '것' 이나 '일' 이라도, IT 전문가가 알아야 할 '것' 10가지- 쯤이라도 말을 마무리 해줘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목청 높여 혹하고 관심을 끌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풀썩, 주저앉아 무책임하게 내빼는 이 얄미운 미완의 제목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처음엔 황당했고 다음엔 짜증스러웠고 이윽고는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어법이 잘못된 것인가 자문할 지경에 와있다. 들어가 읽어 보면 알 것을 까다롭게 딴지는! 하며 핀잔을 주려나?

하긴 한국어의 메인 스트림을 벗어나 물 건너 변방에 사는 미국 동포의 어법 운운은 사실 낯 간지러운 일이다. 언어는 사용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 진화 소멸하는 유기체이므로 다중의 합의에 따라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되기도 하고, 비문이라 해도 너그러이 이해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변방의 한글 사용자는 주류가 결정하고 앞장선 길을 좇을 것이다, 어차피.

하지만 상식적인 문장조차 무신경하게 상용되고 황당한 철자법이 뻔뻔하게 굴러다니는 이 '흐름'의 주 무대가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인지라, 웹 동네에서 밥먹고 사는 나같은 사람은 벗어날 수 없는 자발적 책임감에 늘 찜찜한 심정이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한마디를 내놓고 있다.

실수나 오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오해인 문장이라면 그런 오해는 하나씩 풀어내자. '사겨라(사귀어라)' '바꼈다(바뀌었다)' '어의없다(어이없다)'는 차라리 양반일 지경으로 기상천외하게 끼워 맞추는 변종 맞춤법들로 들어가면 한자 교육 시스템의 문제까지 원망스러워진다. 오늘은 지면이 좁으니 우선 딱 한가지, 'JTBC' 를 '제2TBC'로 적는 것만은 차마 말자고, 시작점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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