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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80 청년' 임권택

[LA중앙일보] 발행 2015/04/1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4/14 08:28

이종호 논설위원

#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36년생, 한국 나이로 80세다. 그가 102번째 작품을 내놨다. 김훈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장'이다.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마음에 둔 젊은 여직원 사이에서 고뇌하는 50대 중년 남성의 심리적 갈등을 그렸다. 지난 주말 개봉됐으니 곧 흥행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나름 통속적인 남녀 관계를 소재로 노 감독이 던진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묵직한 질문에 젊은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1980~90년대 임 감독의 영화를 꽤 즐겨 봤다. '만다라' '씨받이' '태백산맥'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이 그것이다. 그 이후엔 뜸했다. '춘향뎐' '취화선' 등 주목받은 영화는 계속 나왔지만 내 취향이 아니어서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왠지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세'에 만든 영화가 어떨지 궁금해서다. 아니 그보다 아직도 그렇게 왕성한 열정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고 놀랍고 부러워서다. 이제 겨우 40~50 나이에도 마치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두 손 놓고 무기력한 일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 부산에 가면 동서대학교가 있다. 20년 남짓된 별로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대학이다. 2008년 그 대학에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딴 단과대학이 생겼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다. 임 감독은 거기 석좌교수다. 단순히 이름만 걸어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부지런히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소통하고, 특별 강연도 한다.

그 나이에 영화 찍으랴, 학생들 가르치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바쁜 일상이 오히려 남다른 노익장을 이어가는 원동력일 수도 있겠다 싶다. 또한 임 감독의 경험과 경륜을 알아보고 전격적으로 모셔 들인 대학 측의 안목도 탁월했던 것 같다. 물론 신생 지방대학으로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적 발상이 먼저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두어 달 전 LA를 방문한 동서대학교 총장을 잠시 만났었다. 장제국이라는 이름의, 갓 50줄에 들어선 패기 넘치는 총장이었다. 그는 후발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국제화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와 성과들을 소개했다. 세계 100여개 대학에 매년 800명의 학생들을 내보내 공부시키고 있다는 것, LA에도 매 학기 100명의 학생이 오고 있다는 것, 중국 우한(武漢)시에 합작대학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임권택 대학'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현역 감독의 이름을 딴 한국 최초의 단과 대학이라는 것, 학교 차원에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 장 총장 자신도 2011년 임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잠깐 출연했었다는 것 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 표정과 목소리엔 자부심이 넘쳤다.

# 젊은 총장은 줄곧 '미래'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미래의 한 축을 임 감독 같은 '옛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 대학, 뭔가 일을 내겠구나'라는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이 느껴졌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곧 옛 것을 배워 새 것을 안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전략도 없다는 것을 젊은 총장은 간파하고 있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게 바로 이것이다.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노년의 경험과 경륜은 오히려 외면받거나 사장되고 있다. 그것을 활용하려는 노력이나 시도도 드물다. 그런 점에서 '임권택 대학'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노년과 청춘의 조화다.

모쪼록 이런 시도가 다방면으로 확산되어 70~80대 현역이 더 많이 배출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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