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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무료 우유 급식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교 무료급식이 문제화 되더니 결국 야당후보들이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 점심공급이 공약화 했고 이 문제를 들고 나온 몇 명이 교육감에 선출되었다. 이들은 자기들의 선거공약이 마치 정부의 선거공약인 것처럼 그 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정부 측에서는 우리도 지난 선거에 공약이 있어서 0-5세 아이들을 위한 무상보육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예산 싸움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부 입안자들은 실수한 것 같다. 보육대상자 수요자 예상 치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일부 부유층이나 지식층에서는 금쪽같은 귀한 아이들을 아무에게나 맞길 수 없어 부모가 스스로 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으리라. 그러나 양잿물이라도 공짜라면 마신다는 한국인의 심성을 몰랐던 탓일까? 제일 기르기 힘든 개구쟁이 아기들을 가장 바쁜 낮 몇 시간 씩 정부에서 돈을 대어 보아 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결국 대상자 모두를 정부에서 보육을 담당하고 나선 셈이고 이에 따라 예산은 원래 계획보다 훨씬 더 증가되었다. 졸속 행정의 결과, 자격이 의심스러운 보육교원장이나 교사들도 등장하고.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4십여 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우유 무료 급식 논쟁’사건에 대한 추이가 눈에 띄어 여기에 소개한다.

1971년 보수당 교육부 장관이 이차대전의 와중에도 실시되어 독일의 무차별 공격중인데도 아이들이 매일 즐기며 마시던 무상 우유급식을 폐지시켰다. 야당인 노동당들은 이런 사실을 믿지 못해 분개했고 그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보수당의 정책은 미래의 아이들이 모두 키도 자라지 않고 몸집도 왜소하고 병약한 열등인간으로 만들 것이며 그 책임은 보수당이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부 웨일스 출신 노동당 원내 지도자인 머틀 터필은 아동 신체약화에 대해 반대하고 휴머니티를 지키기 위해 자기 출신 구역에서 왕명을 무시하고 아동들에게 우유를 계속 무료로 공급했다. 이런 행동은 한 달 간 지속되었다. 지역 재무담당이 더 이상 우유 구매를 위한 지불을 거부하자 급식이 중단되었다.

터필이 속한 구역 의회에서는 눈이 총총하고 맑은 목소리의 어린이들이 우유를 마시지 못하면 마치 보육기 안에서 자라는 미숙아같이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병약하고 비쩍 마른 아이들로 구성될 웰시 럭비 팀의 모습을 7년 후에 기록해 남기기로 결정했다.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3명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는 581명의 소년 전부, ‘노동 계층’인 571명, 아버지가 구호 대상인 134명, 편모슬하에서 자라는 46명의 8세 남아를 전부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절반은 매일 우유급식을 받았고 반은 받지 못했다. 우유 마시는 남아들은 0.11센티미터 짧았고 0.21 킬로그램 무거웠으며 여자아이들은 0.45 센티미터 더 자랐으며 0.05 킬로그램 더 살이 쪘다. 결론은 이런 차이는 통계학 상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나타내며 앞으로 7-11세 아동에게 무상우유급식을 재개해도 아동들의 체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1974년 노동당은 다수당이 되어 결국 노동당 교육부 장관은 우유무료급식을 재개했다. 보건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고하고. 당시 우유는 ECC(유럽 경제위원회)가 잉여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불하며 수출을 독려했다. 우유에 지방질이 많을수록 보조금이 많았다. 그러자 관상동맥 질환 방지 그룹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어린이들의 심각한 건강문제는 지나친 캘로리 과다 섭취이며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30대가 되면 어린이들은 자라 심장병으로 발전하리라고 예측했다. 통계적으로 입증된 결과를 갖고도 정치권의 반응은 거의 무능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밀크 급식 중단으로 당시 수상이던 마가렛 대처 여사의 정치지도력은 계속 신장되어 갔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한 영국 의사가 보고한 기록을 토대로 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영국 의사들이 의학의 국유화를 반대한고 하니까 이 글에서도 어떤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겠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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