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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영광…몇 달간 이어진 오디션서 살아남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불어오는 '한류' 바람
함께 무대 오른 한인 앙상블 배우만 7명
개막하자마자 연이어 호평…맹활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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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뮤지컬 '킹 앤 아이' 한인 배우 루시 앤 마일스.애슐리 박

16일 링컨센터. 화제의 뮤지컬 '킹 앤 아이(King and I.왕과 나)' 막이 올랐다. 브로드웨이를 주름잡는 연출가 중 한 명인 바틀렛 셔의 지휘 아래 뮤지컬 디바 켈리 오하라와 일본인 배우 켄 와타나베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시암 왕국(현재 태국)을 뉴욕으로 가져온 이 작품에는 또 하나의 특별함이 숨어있다. 바로 무대를 가득 메운 한인 배우들. 루시 앤 마일스는 시암 왕의 정비 '티앙' 역을 맡았고 애슐리 박씨는 왕에게 공물로 바쳐진 '텁팀' 역을 맡았다.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한인 앙상블 배우는 7명에 이른다.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한류 바람이 비로소 크게 불기 시작한 셈이다. 개막하자마자 공연은 연이어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다음은 마일스.박씨와의 일문일답.



-소감이 어떤가.

마일스: "엄청난 영광이다. 굉장한 여배우들이 이 역할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본 걸로 안다. '왕과 나'를 무대에 다시 올린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부터 배우들 사이에서는 '누가 배역을 따낼까'가 화제였다. 감사하게도 바트(연출가)가 나를 믿어줬고 그 책임감을 안고 작품에 겸허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너무 신난다. (배우.제작진 모두) 내 상상을 뛰어넘는 '드림팀'이다. 2013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졸업하고 1년 반만에 이런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마일스: "다른 오디션과는 달리 반복되는 오디션 횟수가 굉장히 많았다. 수개월 동안 오디션이 이어졌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오디션을 보던 배우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나와 다른 한 명만 남았다. 그 다른 한 명도 오디션이 거듭되는 동안 계속 바뀌었다. 내가 알기론 LA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등지에서 비디오로 오디션을 본 배우들도 많았다."

박: "오디션이 꼭 리허설 같았다. 노래와 춤 등 이것저것 시켰는데 한번은 '목소리 좋은 건 알겠으니 독백을 해보라'고 주문하더라. 같은 독백을 다르게 10번 해야 했다. 불려와서 인사하고 동료 4명과 10분 정도 워킹하고 다시 인사하고 돌아가기만 한 오디션도 있었다. 뭘 보려고 했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즐겁게 했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인데. 연기에 앞서 어떻게 준비했는지.

마일스: "태국 왕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세 등을 공부했다. 여기 미국에서는 캐주얼하게 행동하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나 뮤지컬을 보기보단 원작 책을 읽고 안나가 쓴 일기 등을 읽었다."

박: "작품 속에 등장하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도 다시 읽고 원작을 만든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의 역사를 공부했다. 작품을 쓴 사람의 시각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박: "원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연습실에서 계속 연습만 하는 삶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암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이었다. 아주 빠르게 번지고 있었는데 8개월 반 정도를 병실에서 지냈다. 치사율 80%였지만 기적적으로 살아서 그 이후로는 내가 무얼 하든 부모님이 지지해 주신다. 병원에서 나오고 얼마 안돼 학교 공연을 보면서 나도 공연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게 너무 좋다."

마일스: "엄마가 음악을 가르쳤고 하와이 한인 교회에서 반주도 했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음악을 즐기는 터라 내가 아는 '직업'은 음악밖에 없었다. 학교 다닐 때 밴드 활동도 하고 뮤지컬 오디션도 보고 했는데 엄마 눈에는 공연계에서 일한다는 게 직업으로 인식되진 않았던 것 같다. 뉴욕대로 진학할 때도 엄마는 '다시 의사 공부해도 된다'고 설득했다. 그러다가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내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악기도 연주하는 모습을 본 뒤로부턴 엄마가 인정해줬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을 정하고 이 길로 달려왔는데 엄마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한인.아시안 배우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일스: "한인 역할이 없다. 필리핀 사람 일본인 태국인 연기는 다 해봤는데 (내가 한인인데) 막상 한인 연기는 할 기회가 없다. 내가 혼혈이라 그런지 나를 '한국계'로 바로 연결시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한국말도 잘 하는데… 아쉽다." (웃음)

박: "얼마 전 한인 고등학생이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시안 배우로서 브로드웨이에서 길을 어떻게 뚫어가고 있냐고. 다행히 요즘에는 (연출가.제작자들이)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을 무대 위에 세우면 공연에 특별함을 더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아시안이 주연을 꿰차려면 몇년 더 있어야겠지만 이런 흐름을 타게되어 너무 기쁘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한인들에게 한마디한다면.

마일스: "솔직하게 말하겠다. 액센트를 버려야 한다. 학생 워크숍 공연을 보면 재능 있는 배우들이 너무 많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알겠다. 그렇지만 미국인 관객들이 공연을 이해해야 하지 않나. 미국인 액센트를 배우고 마스터해서 그들이 액센트를 보는게 아니라 재능 그 자체를 바라보게 하라."

박: "예전에는 오디션장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키가 더 컸으면 좋겠다던지 그런 것. 그렇게 되면 이미 오디션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럴 필요 없다. 들어가면서 '너희가 원하는 건 나다. 왜 그런지 여기 한번 봐라!'라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루시 앤 마일스=주한미군이었던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배우다. 필리핀 전 영부인 이멜다 마코스의 이야기를 다룬 2014년 뮤지컬 '히어 라이즈 러브(Here Lies Love)'로 화제를 모으며 브로드웨이 캐스팅 톱 리스트에 올랐다. 팜비치아틀랜틱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이후 뉴욕대 보컬퍼포먼스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애니 스위니토드 애브뉴Q 등 작품에 출연했다.

애슐리 박=앤아버 출신 한인 2세. 고등학생 시절 암을 겪은 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연계로 진로를 틀었다. 미시건대학에서 공부한 직후 브로드웨이 '맘마미아'에 앙상블로 출연하면서 프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아시안 최초로 계모의 딸 가브리엘을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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