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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외국어 한글 표기에 대한 제언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영어를 원숭이 같이 하는 게 뭐가 좋아?" 중학교 다닐 때, 나의 똘똘이 친구가 내뱉던 말이다. 친구는 견해가 많았다. 당시 우리는 사대사상에 대한 역사적 반성을 하고 있었다. 그 똘똘이는 처음으로 배우는 외국어인 영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은 지조가 없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그 친구도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나는 어휘 부족으로 애초에 고생했는데 친구는 영어 발음이 매끄럽지 못해 힘 들었을 것이다. 나는 영문책, 논문들을 접하며 살아야 했으므로 어느 때부터인지 영어가 내 모국어처럼 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우리 한민족에게는 과학적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이 있다. 하지만 외국말을 많이 섞어서 쓰는 지금, 우리 글에는 없는 외국 글이나 말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젠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큰 오빠와 나는 그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한글에 관련된 기관에 이사직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는 한국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지금 언어를 통해 세계화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라고 조언했다.

내 친구가 힘들어 하던 영어 발음, 그것이 바로 우리 한글로는 정확히 표기할 수 없는 F, TH, R, L, V이다. 한편 영어에는 우리 말의 된(센) 소리, 즉 쌍시옷, 쌍기역 등이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아버지라는 father를 '파저' 라고 쓴다면 원어와 꽤 멀다.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단어의 철자는 THAAD로 '디긋'에 발음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쌀이라는 라이스(rice)를 잘못 발음하면 머리에 끼는 '이'의 라이스(lice)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한글은 글 하나를 네모난 상자 안에 집어넣을 수 있게 생긴 정교한 모습이다. 나름대로 한글이 말로 되는 과정을 생각해 본다. 모음의 위, 오른쪽, 아래에다 자음을 붙여 하나의 말이 탄생한다. 그러나 왼쪽은 항상 비어 있고 우리는 오른쪽 방향으로 글을 써 간다. 그래서 F, L, TH, V이 네 자 만이라도 구분해서 원어에 가까운 발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모음 왼쪽에 적당한 표시를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ㅍ / .ㄹ/ .ㄷ/ .ㅂ'의 모양이 된다. 점(.) 대신 '~'식의 표시도 괜찮겠다. 그렇게 되면 지금 '커피' 라고 쓰는 것을 '커.피'라고 표기하면 원어대로 coffee의 발음을 할 수 있게 된다. 'THAAD' 는 '.다드'로 쓰면 올바른 발음이 될 것이다.

비록 미국이나 영국에서 영어 연수를 못 받고 자란 어린이들일지라도 성인이 되어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리더 위치에 오른다면 훌륭하고 말끔한 좋은 발음으로 대화를 이끌며 목적을 이룰 것 같다. 상대가 내 말을 못 알아들어 '죄송해요(Pardon me!)'도 연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원숭이나 앵무새가 아니라 사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표현할 수 있는 학자나 기업가가 될 것이다.

나의 큰 오빠와 내 의견을 참고로 더 정확하고 쉬운 표기법 제안을 관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공모(.씽크탱크 Think Tank)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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