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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정치게임은 그만…남과 북이 나서야"

'남북한의 선택…' 강연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상대방 안중에도 없는
통일 논의는 공허한 짓
분단 문제 해결해야
진정한 자주국가 이뤄


북한 전문가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전 총장)가 LA를 찾았다. 최 교수는 16일 원불교 교당에서 '남북한의 선택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남북 문제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통일도 사실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풀고 실현 가능한지를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강연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발표한 후 통일 강연과 세미나 잔치로 대박이 났다. 북한 개방에 따른 투자 등 경제적 효과를 노린 재정전문가들이 북한대학원대학교로 몰려 우리 학교도 대박이 났다. 이는 대북정책이 아니다.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남정책이다. 통일대박론 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 통일항아리,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조차도 진정한 의미의 대북정책은 아니었다. 줄곧 통일정치게임이었다. 각자 자신의 체제와 이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통일에 접근했다.

여기서 문제는 통일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북한)은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정책을 세우고 담론을 하고 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통일정책 문제점은 북한의 붕괴를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시작한다는 데 있다. 평화통일을 얘기하고자 하면 더불어, 같이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한쪽(북한)이 망해 다른 한쪽에 흡수돼 하나로 통합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북한을 우리가 아닌 타자화하고 파트너가 아닌 정책의 대상, 흡수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주민은 굶어 죽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핵을 만들고 무기를 사고 동상을 세우는 것을 보고 미쳤다고 한다. 북한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행위들은 정교한 계산,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결과다. 당위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권력 차원에서 볼 때 그렇다. 이같은 행위가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체제 유지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최소화된 핵심 세력이 지배하는 국가다. 인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 지배세력의 결집력, 단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 지배세력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배반, 배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볼 때 미친 짓이 독재 체제에서는 나름,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국이 정말 남북이 통일되길 바랄까? 미국은 통일 후 주한미군의 영향력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미국의 군사적 지위가 100% 보장되지 않는 것을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 입장에서 통일은 위험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통일된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휴전선을 기준으로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리던 것에서 나아가 대한해협을 기준으로 아시아가 중국과 미국(일본)으로 분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또 타겟(북한)이 있는 게 좋다.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도 된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내 치아를 보호해주는 입술과 같은 존재다. 중국은 공공연히 한반도의 자주,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 속내는? 한반도 통일에, 통일 후 한반도에 미군, 미국이 없어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통일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소용이 없다. 결국은 남과 북이다. 통일을 바란다면 미국과 중국에 의존할 게 아니라 남과 북이, 당사자가 나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반도는 해방 후 3년 동안의 멍에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그 3년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미래를 얘기할 때 북한의 미래를 빼놓을 수가 없다. 북한의 미래는 변수다. 북한의 미래는 선택과 변화다. 그에 따라 한국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분단 문제 해결, 통일은 21세기 우리 민족의 명암을 가르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또 한국은 분단을 근본적이고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주국가를 이룰 수 없다.

정리=이재희 기자·사진=김상진 기자

☞최완규 교수는.

1969년 공주고를 나와 경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받았다. 경남대와 경희대 등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쳤다. 북한연구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국회 남북화해협력자문위원회 위원장, 통일부 한독통일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 2월까지 제 4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북한대학원대학교는(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s).

이름 때문에 북한에 있는 대학교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서울 종로구에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연구 성과, 경남대 북한대학원의 교육 경험을 토대로 2005년 설립됐다. 북한.통일 분야 전문 대학원대학으로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북한연구기관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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