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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美친 사장의 행복

[LA중앙일보] 발행 2015/04/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4/19 21:06

김 석 하/사회부장

시애틀에 있는 크레딧카드 프로세싱 회사 댄 프라이스 사장이 지난 13일 전직원의 연봉을 7만 달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120명 직원의 현재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 일단 사장 본인은 연봉의 90% 이상을 깎는다. 현 100만 달러에서 7만 달러로 수직 추락. 반면 70명의 임금이 오르고, 그 중 30명은 임금이 100% 인상된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나 봤더니, 사장봉급 삭감액수에 올 회사 예상이익 220만 달러 가운데 80%를 직원 연봉인상으로 돌린단다. 프라이스 사장은 박수와 환호 속에서 "여러분 말고도 내가 지금 흥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돈을 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쓴다(소비)는 두 가지 형태다.

첫 번째는 소유 소비다.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옷과 핸드백을 사는 것은 소유를 위한 소비다. 내 것인 물질이 많을수록 일단 행복하다. 소유의 확대는 내 존재의 확장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존재의 격을 높이기 위해선 가능하면 '비싼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신기루다. 짜릿한 손맛에 따라오는 공허함. 거실.주방.옷장 등에 나뒹구는 각종 소유 소비의 잉여물을 볼 때면, 그것을 처음 쥐었을 때 환희와 만족은 사라진지 오래다. 아예 보기조차 싫어질 때도 많다.

두 번째는 경험 소비다. 동료끼리 맛집을 찾고,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아이와 박물관에 가고, 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도 돈을 쓰게 된다.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녹아있는 '관계적.체험적 소비'다.

소유 소비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된다. 물질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경험 소비를 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싸게' 때우려고 한다.

인생에서 행복한 돈 벼락은 170만 달러라고 한다. 로토라면 상금 300만 달러 정도. 세금 등 빼고나면 이 정도가 된다. 시애틀의 '미친' 사장은 이걸 알고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25년을 일하고 은퇴한다고 보면 딱맞는 행복 돈 벼락을 종업원에게 쐈다. 25년x 7만 달러(평균연봉)=175만 달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 교수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미국인 45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행복은 연봉 7만5000달러에서 상승 곡선을 멈췄다. 다시 말해 '이 정도면 돈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명문대학 상당수가 가구 연 수입이 7만 달러 이하면 수업료를 받지 않는 이유도, 이 행복 곡선을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보인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절묘한 경계선인 7만5000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행복을 위해 필요한 돈의 평균 최고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만큼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시애틀의 '미친' 사장은 행복 미학의 방정식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다. 정리하면, 행복= X좌표 7만 달러, Y좌표 경험 소비.

인생의 목표가 간결해 진다. 7만 달러를 넘게 벌자고 내 인생을 헛된 탐욕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돈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소유 물건은 사실 내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이 갖는다. 남이 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진짜 내 것은 경험 소비를 통한 사랑.우정.존경.가족.추억밖에 없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 보다, 무엇을 함께 했느냐가 인생을 배부르게 한다.

7만 달러의 행복 시드머니를 베풀고, 종업원들과 함께 흥분된 경험 소비를 하는 시애틀의 '미친' 사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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