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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대선이 희망일 수 있는가

드디어 유력 후보가 링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유튜브를 활용했다. 영상은 한 편의 유려한 정치광고다. 화면엔 다양한 인종과 직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대 섞인 표정으로 각자의 소망을 말한다. 이어서 클린턴이 신념 어린 출마 이유를 밝힌다. "미국인들은 매일 챔피언이 필요합니다. 내가 챔피언이 되겠습니다."

공화당에선 현재 세 명의 상원의원들이 나섰다. 테드 크루즈 랜드 폴과 마르코 루비오다. 크루즈와 폴은 보수의 적장자를 자임한다. 오바마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낙인찍는다. 이들은 민주당 정권이 망친(?) 미국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결기로 가득하다. 루비오는 각광받는 신성이다. 공화당은 통상 고루한 느낌으로 인식된다. 그는 참신한 신보수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대선 출마에 뜻을 둔 공화당계 인사들은 넘친다. 적극 의지표현과 단순 관심표명을 한 인물을 합치면 수십 명이다. 민주당은 거물 클린턴에 맞설 인사가 없다. 아직 시간은 많다. 순식간에 변하기도 하는 선거지형상 대체 후보가 등장할 여지는 있다. 2008년에도 오바마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대선 레이스가 출발의 총성을 울렸다. 차후에 추가될 후보들까지 포함한 1년 6개월의 달리기가 시작됐다. 후보들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자 막대한 돈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유권자들은 앞으로 말의 성찬을 마주하게 된다. 보통 후보들은 모든 자리에서 모든 약속을 한다. 전지전능한 지도자의 분위기를 풍긴다. 자기야말로 미국의 발전과 미국인의 행복을 가능케 할 적임자라고 역설한다. 경제 외교 이민 의료 교육 정부재정에 불변의 쟁점인 낙태에까지 무수한 공약을 쏟아낸다. 선거에서 듣는 후보들의 공언을 종합하면 지상낙원이 코앞이다.

후보들의 공약들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희망'이다. 선거를 기해 정치권은 언제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반면에 국민들은 반복되는 패턴을 겪는다. 선거에서 목도한 화려한 청사진이 제대로 현실화되지 못하는 광경이다. 말은 찬란하지만 실천은 초라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변화"와 "할 수 있다"를 호기롭게 외쳤던 오바마 정부가 한 예다. 그는 창대하게 집권을 시작해 미약한 정권 말기에 돌입했다.

희망의 내용도 중요하다. 대선은 모름지기 거시 비전과 미시 정책의 각축장이다. 미국의 미래상을 놓고 치열한 토론과 경합을 하는 절차다. 오늘의 현실을 진단하고 내일의 방향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희망은 미국사회의 근원문제에 닿아 있어야 한다.

오늘 미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미국은 손꼽히는 양극화 사회다. 상위 1%가 약 20%의 소득점유율을 기록한다. 상위 10%로 확대하면 50%에 육박한다. 정부 부채가 대략 15조 달러에 이르는 동안 사적 부문 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정치인들이 늘상 언급하는 중산층 이하 근로가정은 연소득의 100%가 훌쩍 넘는 가계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기준 2년간 최상위층 7%의 자산은 26%나 불어났다. 나머지 미국인들은 4%가 줄었다. 전체 인구의 15%는 연방정부 빈곤선 이하의 계층이다. 약 22%의 아동들은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난다. 영양결핍과 신체적 결함에 시달린다. 당연히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비율이 더 높다. 이 정도면 미국은 잔인한 승자독식의 국가다.

오바마 정부는 이민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은 이민자의 국가일 수밖에 없다. 이민개혁의 정체는 미래발전에 걸림돌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인종문제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숫자로 표시된 지표는 차갑다. 이면의 뜨거운 진실은 사람의 삶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들이 가능하다. 주택압류로 집을 빼앗긴 보통사람에게 2016년 대선은 무슨 의미인가. 빚에 시달리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대선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가. 부모가 추방되어 미국에 홀로 남겨진 자녀들은 대선에서 무엇을 느낄까. 후보들은 과연 미국사회의 근원문제를 인식하고 확고한 대안제시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못하면 그들의 공약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고문'이다.

차 주 범

민권센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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