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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개솔린 보다 더 비싼 '물'

[LA중앙일보] 발행 2015/04/2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4/21 22:52

김완신/논설실장

미국에 살면서 '절약'이라는 말을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시장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답게 소비가 미덕이다.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성장도 떨어진다. 이런 나라에서 유일하게 절약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물이다. 물론 LA에 국한된 문제일 수 있다. 최근의 가뭄사태 이전에는 1987년부터 시작된 장기가뭄이 있었다. 1990년대 초까지 계속됐던 가뭄으로 남가주 전역에서 대대적인 물절약 캠페인이 벌어졌었다. 물이 풍부한 한국에서 온 이민자에게는 생소한 캠페인이었다. 당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목표치를 넘어 절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에 처음 왔던 1988년 애리조나주를 여행하다가 개솔린보다 물값이 비싼 경우를 경험했다. 당시 등급이 낮은 개솔린 가격이 갤런당 98센트인 주유소에 들렀는데 주요소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1갤런 물을 99센트에 판매하고 있었다. 개스비가 싸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더더욱 신기했던 것은 물이 개스보다 비싸다는 사실이었다.

1990년초 이후 최악의 가뭄이 캘리포니아에 닥쳤다. 100년만의 '메가 가뭄'이라고 한다. 최근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내년 2월까지 주 전역의 물사용을 25%까지 절약하라는 절수령을 내렸다. 25% 정도 줄이면 물 사용량은 2013년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단은 정원 등 야외에서 사용되는 물이 절약대상이지만 가뭄이 해소되지 않으면 식수도 위협 받을 수 있다.

장기가뭄은 생활에 불편을 줄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지난 해 가뭄으로 20억 달러의 경제손실을 봤는데 올해에는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도 최고 2만5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농업 등 식품관련 분야의 직종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다각도로 절수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그레이워터(Gray Water 또는 Grey Water)의 사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한국어로 '회색 물' 정도로 번역되는 그레이워터는 한번 사용했다가 재활용되는 물을 말한다. 세면이나 샤워 후에 남는 물이 대표적인 그레이워터다. 이 물은 변기에 다시 사용하거나 잔디에 뿌려 재활용할 수 있다. 그레이워터에 세탁기나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까지 포함하기도 하지만 하수나 인간의 배설물이 들어있는 물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물은 그레이워터와 구별해 블랙워터(Black Water)라고 한다.

그레이워터 사용은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77~1978년 가뭄 때 주정부에서 그레이워터 사용 가구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었으나 가뭄이 해소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LA시도 1990년 초 그레이워터 정책을 추진했지만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리자 즉시 보류됐다. 이번 가뭄으로 그레이워터가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공중위생과 재활용 설치비용 등으로 보편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레이워터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물이 이제는 중요한 자원이 됐다. 그런 만큼 수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은행은 "2개국 이상에 걸쳐 있는 300여개의 주요 국제하천과 관련해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21세기에는 물을 얻기 위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도 2030년에는 전세계적으로 필요한 물의 60%밖에 충당되지 않아 물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들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가뭄이 해소되려면 비가 내려야 한다. 그러나 우기가 끝난 시기에 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가 온다 해도 양이 적으면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선책은 절약이다. 그것도 자발적인 절약이어야 효과가 크다. 물과 경제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제틀랜드는 물을 절약하게 만드는 가장 쉽고도 효율적인 방법은 물값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이 개솔린보다 더 비싼 시대, 이제는 더이상 공상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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