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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선생의 교실 밖 세상] 방황하는 10대…돌아갈 곳을 만들어주자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 또 수많은 정보 때문에 자녀교육의 정답은 알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자녀에게는 그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통하지 않아 다른 비방이 있는지 묻는 것도 부모의 마음이다. 자녀를 가장 잘 아는 부모가 자녀교육의 열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 마음이 애틋해서 안타까워서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갖고 있는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문제해결 방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면, 나는 먼저 부모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에 도움을 구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학교 관계자와 만나 목소리 톤을 낮추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방법을 찾아 보았는지도 묻는다.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학교에 도움은 커녕 학교 관계자와는 이야기도 못해보고 주위에서 얻어들은 이야기로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본인들의 생각만 이야기하신다. 때문에 자녀의 교육 방법에 앞서 타인과의 대화 소통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그런 대화를 이어나가면 대부분은 부모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한다.

언젠가 누구의 소개로 전화했다며 자녀를 한 학년 낮추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을 해왔다. 부모는 나름 모든 정보를 수집했고 자녀도 동의를 했으며 가족과도 모든 결정은 끝났으니 마지막으로 그 방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그 방법에 대한 대답은 제쳐놓고 왜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부모의 결정에 대한 진심 어린 대화를 가졌고 그 어머니는 자신의 결정을 바꾸었다.

요즘은 '부모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돼요'라는 내용의 상담은 거의 들을 수 없다. '내가 알아서 세상을 살아갈 테니 관심 끄십시오'라든가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자신에게 망신을 주어서 마음이 우울하다' 혹은 '나도 내 맘을 어쩌지 못하니 다 나을 때까지 학교를 당분간 휴학하고 싶다'는 등의 대담한 상담이 오고간다. 이런 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일이 잦아진다.



가정 상황으로 엄마를 떠나 위탁가정에 맡겨진 학생이 있었다. 말이 없고 온순해서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스러워 동료교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위탁가정을 옮기면서 결석을 하게 되어 나는 그가 각 과목 교사에게 과제물을 대신 받아 집에서 밀린 공부를 하도록 조정을 해줬다. 교장에게도 소개를 했다.

나는 학생에게 "한국어를 잘 배워야 한다. 그리고 네가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과 "한국말을 잘 배우면 이 다음에 엄마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또 아픈 엄마를 이해해야하고 고교를 졸업하면 네가 엄마를 잘 보살펴야한다"며 마음 그득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봄 방학이 지나 학교에 돌아오면 그가 좋아하는 물 냉면을 만들어 먹자고 약속했다. "물 냉면 먹자"라는 말에 학생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국어 선생과 나는 학생의 마음을 토닥이며 요즘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에 서로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그도 언젠가는 이해하겠지 하면서.

요즘처럼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 힘든 애들에게 무슨 골치 아픈 상담이 필요할까. 그런 자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부모 마음은 또 어떨까 싶다. 그냥 그들의 마음을 한번 툭 건드려주는 것이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위안이지 싶다. 그들에게는 지금 먹고 싶은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시원한 물 냉면 외에 무슨 생각이 더 간절할까. 골치 아픈 십대 청소년들에게도 언젠가 돌아가 안기고 싶은 곳이 엄마품이기에 그때까지 주위에서 그들이 그런 마음을 지켜가도록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된다. 가끔 그들의 꽁꽁 닫힌 문을 두드려 보는 것, 그것이 관심일 것 같다.

지경희 카운슬러/LA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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