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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워싱턴 쇼' 외면하는 한국 정치인들

김 동 필/선임 기자

 











일상에서 사용되는'정치적'이라는 말은 '정치'의 사전적 의미와 영 다르다. 지극히 계산된 행동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강하다. 얄밉고 못마땅한 구석을 직설화법 대신 에둘러 표현하는 말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보니 비유의 당사자는 벌컥하기도 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지만 주고 받고,밀고 당기는 타협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방문은 잘 기획된 '정치적 쇼'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과 링컨 기념관 방문 일정으로 분위기를 잡은 것부터 냄새가 났다. 모두 인권을 강조한 대통령들이었지만 일본과의 특별한 인연은 없기 때문이다. 아베의 친절한 상대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맡았다. 만찬에 사용할 술을 구하기 위해 주일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아베의 고향까지 보냈고 자신은 만찬장에서 일본의 전통시까지 읊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 셈이다.

쇼의 클라이막스는 아베의 연방상.하원 합동연설이었다. 그는 인류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의 총리로서 미국에는 석고대죄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끝내 외면했다. 한국과 인권단체 등이 줄기차기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런 연설에도 연방의원들은 끝없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를 환대했다. 이런 모습에서 미국과 일본의 '신 밀월관계'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쇼에 모두가 박수를 친 것은 아니었다.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공화)과 찰스 랭글 의원(민주),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앞장섰던 마이크 혼다 의원(민주) 등은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많은 한인들은 연방의사당 앞에서, LA다운타운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16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플로리다.공화)도 대선 후보 가운데서 유일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베 연설 하루 전 LA를 방문했던 루비오 의원은 "아베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전쟁에 대한 유감 표명은 했지만 (위안부 등)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일본의 일부 국수주의자들은 이에 도전하려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한국에서는 조용했다. 아베 연설이 끝나고 한참 후에야 발표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진정한 사과가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었다. 아무리 외교적 역학관계와 실리를 감안한 것이라고 해도 김 빠진 맥주꼴이다. 애초부터 아베 연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그렇다고 쳐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껄끄럽다면 정치인들이라도 나설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언론사 특파원들 불러모아 놓고 대차게 비판성명 발표하는 정치인 한 명이 없었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성완종 리스트'와 의석 4개짜리 보궐선거에만 쏠려 있었던 모양이다.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의 입지만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선거에서만 이기면 나라 밖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치권은 더 답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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