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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덕종어보 70년 만의 귀향…문화재 반환 훌륭한 본보기

장소현 <미술평론가·극작가>

조선 덕종의 어보(御寶)가 지난 4월 1일 고국의 품에 안겼다는 소식을 읽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미국으로 반출되어 시애틀미술관에 쓸쓸하게 소장되어 있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1943년까지 서울 종묘에 보관돼 있었지만 이후 정확한 유출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아마도 그 후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니 70년 만의 귀향인 셈이다.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하고 있는 문정왕후 어보도 곧 돌아갈 예정이라니 더욱 반갑다.

국새는 나라의 공식 도장이고, 어보는 조선 왕실에서 국왕이나 왕비 등의 존호(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문화재인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왕실 어보는 모두 366과인데, 현재 한국 내에 있는 것은 325과 뿐이다. 나머지는 어디론가 흩어져버린 것이다.



덕종어보는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요절한 아버지를 기려 1471년 제작한 도장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맏아들인 덕종은 20세에 요절해 생전에 왕이 되지 못했다.

덕종어보는 조선 왕실의 당당함과 굳건한 기상을 잘 나타내고 있어 조형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문화재로 시애틀에서는 '한국에서 온 대사(Ambassador),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시애틀미술관이 그런 귀한 보물을 한국 정부에서 반환 요청 4개월 만에, 그것도 만장일치로 돌려보내준 것이다. 고맙기 그지없다.

문화재청은 "이번과 같은 자발적 반환은 소장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우호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문화재 반환의 훌륭한 본보기이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상대방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고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보가 고국으로 돌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7년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의 아시아 스페셜리스트로 일하던 조창수 여사의 노력으로 고종어보 등이 고국으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

조창수 여사는 어보를 포함한 한국 문화재가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소장자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기증 결정을 받아내지 못하자 직접 유물 구입에 나섰다. 이때 미국 한인사회가 뜻을 모아 음악회 자선의 밤 같은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어 마침내 고종어보를 포함한 유물을 인수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영토 밖에 있는 문화재가 15만6000여점에 달한다. 그중 미국에 있는 것은 4만3000여점에 이른다(국립문화재연구소 통계). 물론 정식으로 조사된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개인소장품 등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조차 없는 형편이다. 그런 문화재들을 찾아내고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리 한인의 의무 중 하나다. 이런 일이야말로 매우 가치 있는 애국이다. 조창수 여사 같은 애국자가 많았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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