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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의 영광을…" 이슬람 맹주로 내달리다

21세기형 이슬람 국가 터키를 가다 (상)

이슬람 벗겨내면 기독교 흔적
사도 바울 고향, 초대교회 요람

헌법엔 종교 자유 및 활동 보장
국교 없지만 국민 98%가 무슬림

사회 정서는 타종교 용납 안해
이슬람 세계화 프로젝트 주도


인간과 종교는 늘 맞물린다. 동서고금을 품은 땅 터키엔 종교의 흔적이 선명하다. 과거는 성서의 배경이었다. 지금은 이슬람의 무대다. 끊임없는 문명의 교차가 남긴 자취다. 오랜 역사의 침전이 두 종교의 지층을 형성했다. 지난달 19~28일까지 터키를 방문했다. 이스탄불에서 안타키아(성경 명칭·안디옥)까지 역사의 온기가 밴 땅을 직접 밟으며 종교의 공존과 상충이 뿜어내는 미묘한 색을 취재수첩에 고스란히 담았다. 본지는 종교 특집으로 터키의 종교적 상황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글·사진=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두 종교의 숨결

터키는 공식 국교가 없다. 그럼에도, 하루 다섯 번 아잔 소리가 온 도시를 울린다. 전체 인구(8000만 명)의 98%가 무슬림이다. 터키 내 개신교인은 6000여 명에 불과하다. 0.0075%의 극소수인 셈이다.

실크웨이브미션 이세웅 총무는 "인구대비로 보면 전세계에서 기독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터키"라고 말했다.

대신 표면이 다는 아니다. 이슬람의 역사를 벗기면 기독교가 드러난다. 역사와 시대가 두 꽃의 공존을 허락지 않았을 뿐이다.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보면 두 종교의 숨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야소피아 박물관은 원래 가톨릭 성당(동로마 537년)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오스만제국이 이스탄불(당시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면서 1453년부터는 이슬람 사원(모스크)로 바뀌었다. 이슬람 교도들이 아야소피아 벽면에 모자이크로 그려진 예수 그림에 회칠을 한 흔적은 종교의 변천을 보여준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는 본래 개신교에 있어 초대교회의 요람이었다. 복음이 로마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산파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사도 바울의 고향(타르수스)과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가 위치한 땅이다. 터키는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 등이 오랜 역사속에서 종교의 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세속 국가로 시작한 터키

현대의 터키(1923년 건국)는 원래 이슬람과 분리를 추구했다. 초대 대통령이자 '터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1881~1938)는 국가의 세속화를 주창했다. 터키의 근대화를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강력한 지침이었던 코란의 율법보다 현대적인 헌법 체계를 터키에 심었다. 이슬람력 대신 태양력을 도입했고, 터번 착용을 폐지했다. 무슬림의 안식일(금요일)을 없애고, 다른 국가와 같이 일요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그는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했다. '이슬람이 국교'라는 헌법 조항을 삭제(1928년)하고, 종교의 자유를 허락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뿌리 내린 민족 종교의 DNA(이슬람)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중심에는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있다. 모스크는 곧 무슬림의 정체성이다. 터키종교청에 따르면 터키 내 공식 모스크는 7만5000개다. 국제터키네트워크(ITN) 김성간 목사는 "터키는 어딜 가나 모스크가 있다"며 "무슬림은 그들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이슬람의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방편으로 정착지나 이동지에 반드시 모스크를 세운다"고 전했다.

겉과 속 다른 터키

터키는 헌법을 통해 종교의 자유와 모든 종류의 종교 행사 등을 보장한다.

하지만 대외적인 것과 실상은 다르다. 종교와 관련해 터키 헌법과 사회 정서는 괴리가 크다. 즉,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사회 정서는 이슬람을 제외한 타종교를 용납하지 않는다.

터키에서 사역중인 김 드보라 선교사는 "터키에서 종교를 바꾼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가족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한다"며 "이런 두려움 때문에 무슬림들은 기독교를 접하는 걸 두려워하고 설령 개신교로 개종을 해도 대외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공개하는 걸 회피한다"고 말했다. 터키 주민증에는 종교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 'Islam(이슬람)'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차별 문제가 대두되자 지난 2006년부터 종교란을 비워둘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김 드보라 선교사는 "법이 개정됐지만 주민증에 아무 종교도 명시하지 않는 사람은 대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핍박과 차별은 마찬가지"라며 "최근에는 종교기재란을 아예 없애는 법까지 통과가 됐지만 시행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이슬람 중심으로

세속국가를 추구하던 터키가 다시 이슬람 중심주의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재 터키 대통령(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지난 2002년부터 '신이슬람 환원주의'를 내세워 국가의 힘을 새롭게 결집하고 있다.

이세웅 총무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 이슬람 정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터키는 '21세기형 이슬람 국가'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세속 국가라는 바탕 아래 이슬람도 현대적 체제 속에 얼마든지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터키는 유럽, 아시아, 중동 등이 맞물린 지정학상의 이점을 살려 건국 100주년(2023년)까지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세계 10대 경제국, 유럽연합 가입, 세계 5대 관광국 진입 등을 내걸었다. 이는 이슬람권의 맹주가 되어 유럽까지 영향력을 뻗겠다는 터키의 심산이다.

이슬람의 세계화를 노리는 터키는 크게 모스크(문화), 언어(학문), 결혼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시행한다. 전세계 이슬람 학자들이 참여해 이슬람의 세계화를 시도하는 '하디스 프로젝트', 젊은층을 위한 신이슬람지성주의운동, 포교를 위한 결혼 정책, 세계 각국에 이슬람 학교 및 유치원 세우기 등을 진두지휘한다.

무엇보다 터키인 디아스포라는 이슬람 세계화를 이루는 가장 큰 자산이다. 현재 유럽, 아프리카, 북미 등에 살고 있는 터키인 디아스포라는 총 550만 명이다. 터키는 이들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 모스크 설립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이슬람권에서 한국은 동아시아의 주요 전략 지역이다. 한국이슬람교중앙서원 통계에 따르면 이미 10만 여명의 외국인 무슬림이 한국에 살고 있다. 또 개종한 한국인 무슬림도 3만5000명에 이른다.

터키에서 사역중인 김바나바 선교사는 "최근 터키가 한국 이태원의 모스크를 오스만 제국 스타일로 화려하게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유럽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이 커지고, 젊은층 사이에서 무슬림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터키의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터키 개신교, 0.0075%의 분전
소수지만 약진 거듭 중
은둔 활동에서 밖으로


터키 내 개신교 활동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비록 개신교인은 0.0075%(6000명)의 소수지만 곳곳에서 가정교회 등을 통해 복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선교단체에 따르면 터키 내 활동중인 선교사는 1950명으로 그 중 450명이 한인이다. 무려 23%가 한인 선교사인 셈이다. 교회는 총 135개가 있다. 개신교인은 6000명이다.

터키 A선교사는 “터키 같은 나라에서 개신교인이 6000명인 것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부흥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총 81개 주로 구성돼 있다. 33개 주에 소수의 가정교회와 성도, 선교사가 있다. 반면 48개 주에는 기독교 공동체나 정기적인 예배가 하나도 없다. 터키어 성경은 1941년 완성됐다.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대도시에는 호프, 쉐마 등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도 운영중이다.

사회 정서상 은둔적이던 터키 개신교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지난 2007년 4월18일 말라티아 지역에서 독일인 선교사(틸만)와 터키인 사역자(네자티, 우르 형제) 세 명이 무슬림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시 수천 명의 개신교인들이 “나도 죽이라”며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온 사건은 터키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ITN 김성간 목사는 “그 사건으로 인해 터키 개신교인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며 “터키개신교교회협의회는 이후 매년 4월18일을 ‘터키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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