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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솎아내야 할 게 잡목뿐인가

[LA중앙일보] 발행 2015/05/0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5/04 23:07

이종호/논설위원

한국 다녀온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방방곡곡 사통팔달 뻗은 도로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요즘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차로 1시간 40분이면 간단다. 태산준령 곳곳을 뚫어 만든 고속도로 덕분이다. 서울서 통영, 거제, 목포 등 남해안 최남단 도시들도 4~5시간이면 이른다. 역시 수많은 터널과 교량으로 구석구석 연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원스레 뚫린 전국 도로를 누비다보면 확연히 달라진 것이 또 하나 눈에 띈다. 놀라우리만큼 무성해진 나무들이다. 특히 4~5월 이맘때의 산들은 거의 환상이다. 이제 막 움을 틔운 연둣빛 새순들이 촘촘이 빚어내는 산야(山野)는 그야말로 한 폭의 눈부신 수채화다.

언제부터 한국이 이렇게 푸르렀던가. 1970년대 초반까지도 변변한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 천지였다. 그런 산을 다시 녹화하겠다고 나선 때가 박정희 시대였다. 1960년대 산림법을 만들고 산림청을 설립하면서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을 펼쳤다. 1973년부터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실행하며 이후 30년 동안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초등학생 때, 수시로 전교생이 인근 산에 올라가 묘목을 심고 물을 퍼다 주곤 했다. 주말이면 깡통과 집게를 들고 송충이 잡으러도 다녔다. 그때 아이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가 있다.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그렇게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해 산을 가꾼 결과가 오늘의 푸른 한국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신문에서 뜻밖의 기사를 보았다. '민둥산 걱정 끝… 나무, 너무 빽빽해 솎아내야'라는 제목의 기사다. 고려대 이우균 교수팀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요즘 한국 숲의 절반 이상이 과밀화.고령화로 나무가 더 이상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적절하게 나무를 베어내야 탄소 흡수량도 늘리고 물 저장량도 높이는 등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1946년 식목일이 제정된 지 69년 만에, 국가적인 산림녹화 추진 반세기만에 이제는 오히려 나무를 베어낼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라니. 그러고 보면 이 또한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무슨 나무든 많이만 심으면 되는 줄 알았고, 빨리만 자라면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빨리 자라고 빨리 번성하는 수종(樹種) 위주로 무조건 많이만 심었다. 아까시, 리기다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그렇게 해서 심은 나무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런 나무들은 경제성도 없고 관상용도 못된다. 사람을 숲으로 불러들이지도 못한다. 숲은 숲이되 다시 손을 대야 하는 반쪽짜리 조림사업이 된 것이다.

하긴 한국의 숲만 그럴까. 요즘 한국 사회의 수많은 곳이 그렇게 솎아내야 잡목들로 득실거리는 것 같다.

기독교만 봐도 그렇다. 한때 전 국민의 25%가 기독교인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무늬만 신자인 얼치기도 덩달아 양산됐다. 아마 요즘의 기독교 위기론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외형은 커졌으되 조금만 외풍이 불어도 취약함을 노출하고 마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정치권력에 빌붙어 연명하다 비호 세력과의 끈이 끊어지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모모(某某) 기업들이 단적인 예가 아닌가.

조림사업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 심기에만 관심 두고 가꾸기엔 소홀했다간 오히려 뒷감당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게 나무심기다. 세상사 모두가 이와 다르지 않겠다. 결국 문제는 성과와 실적에 조급해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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