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바다에 뜬 절에서 깨달음을 만나다

섬 전체가 작은 암자 간월도
밀물 때는 '섬' 썰물 때는 '뭍'
낙조 신비…매달 1만 명 찾아

마지막 겨울이 봄의 발목을 잡을 때였다. 3월 중순, 영하 10도 꽁꽁 언 눈이 내리던 날 서산을 찾았다.

'상서로운 땅'이라는 의미의 서산은 뜻풀이 그대로 복되고 길하다. 수만 년간 퇴적된 서산 간척지는 60만 명이 1년 먹을 쌀을 지어내고, 50여만 마리의 철새들을 넉넉히 품는 땅이다.

"정말 상서로운 풍경은 남쪽 끝에 있습니다. 해가 지는 지금이어야 볼 수 있죠."

운전대를 잡은 서산시 문화관광과의 김종길 팀장이 서둘러 차를 몰았다. 그곳에 가려면 서산 간척지 A지구 방조제를 지나가야한단다. 7.7km 길이의 방조제도 장관이었다. 길은 끝도 없는 바다와 담수호를 양분하고 있다. 짠물과 단물은 함께 넓었다.



방조제 너머 서산시 부석면 바닷가에 '한국 유일의 암자'가 있다. 절 자체가 섬이고, 섬 자체가 절이다. 간월도에 있는 간월암이다.

간월도는 밀물 때 물이 차면 섬이 됐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된다. 그래서 하루에 2번밖에는 들어갈 수 없다.

간월암(看月庵)은 '달빛을 본다'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바다에 비치는 달빛을 보고 불현듯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예전에는 피안도 혹은 피안사라고도 했는데, '피안'은 불교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열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사찰 안에 들어가면 그 별명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 새로운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암자를 둘러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소박한 좁은 해탈문을 지나면 손바닥 만한 마당에 대웅전과 요사채 건물 3개가 전부다. 두어 걸음 너머 마당 밖은 천수만 바다이다. 일주문에 이르는 계단은 물때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났다 반속한다.

피안의 경지는 섬을 둘러싼 풍경이다. 간월암은 달과 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김 해설사는 "간월암에서는 태안의 안면도 바다로 지는 해, 홍성의 남당리 바다 쪽에서 뜨는 달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작은 섬 위로 떨어지는 낙조는 서해안 해넘이 중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김 팀장이 서둘러 차를 몰았던 이유다. 간월암에 들어갈 수 있는 물때, 낙조의 시간을 맞춰와야 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바닷가 칼바람이 얼굴을 베는 듯했지만, 낙조에서는 눈을 떼기 어려웠다. 잔잔한 바다는 거울처럼 석양에 붉었다.

주지스님인 정암 스님과 차 한잔 마시며 나눈 대화가 낙조의 여운을 되새기게 했다.

"왜 여기 절이 있나요?", "인연이 있으니까", "어떤 관광객이 밉나요?", "왜 미워해, 사람 미워하지 마~", "바다 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중은 산에 있어야해"

다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즈음 간월도를 나왔다. 간월도 바닷가의 '노을펜션'에 짐을 풀었다. 완전히 깜깜해진 밤, 저 멀리 간월도 위로 보름달이 떴다. 마침 정월대보름이었다.

정암 스님이 기자에게 던진 화두다. '중요한 건 달이 아니라 달을 보는 내 마음'이라 했다. 알면서도 잊고 지내는 단순한 깨달음이다.

간월도의 달은 복되고 길했다.

정구현 기자

서산 개요

■ 지명 유래: 상서로운 땅

■ 위치: 충청남도 서북단 반도부

■ 면적: 740.56㎢(LA시의 56.8%)

■ 행정구분: 1읍 9면

■ 인구: 171,382(2015년 3월 현재)

■ 시장: 이완섭(58, 재선 2011.10~)

■ 시정 목표: 해뜨는 서산, 행복한 서산

■ 특산물 : 서산 6쪽마늘, 서산생강, 생강한과, 간척지 쌀, 팔봉산 감자, 서산우리한우, 서산난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