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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무함마드 초상의 불편한 진실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3일 텍사스주 갈랜드 커티스 컬웰센터에서 열린 무함마드 만평 전시회에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을 지키던 경찰의 대응사격으로 용의자 2명은 사살됐다. 사건 하루가 지나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전시회 총격사건을 자신들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들의 소행이라면 미국 본토에서 IS가 공격한 최초의 테러가 된다.

총격의 주범이었던 엘튼 심슨은 이번 사건 전에도 트위터 등을 통해 이슬람의 순교자가 되겠다는 내용을 공공연히 밝혀, 10년 전부터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대상에 올랐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IS에 가담한 테러리스트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리노이에서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난 심슨은 고교시절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무슬림 전사를 열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에 대한 우려에도 주최단체인 미국자유수호단(AFDI)은 행사를 강행했다. 파멜라 겔러 AFDI 대표는 "무함마드의 초상을 그렸다는 이유로 이슬람이 자행하는 테러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AFDI는 반이슬람 성향의 보수단체로 상금 1만달러를 걸고 350점의 무함마드 그림을 전시했다. 행사 소식이 처음 전해지면서 테러 가능성이 예견됐는데 결국 참극으로 끝났다.

전시회가 열린 갈랜드는 댈러스 북동부 외곽에 위치한 도시다. 인구의 10%가 아시아계로, 대부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이슬람교 이주민들이다. 무슬림 주민비율이 주 전체 평균보다 3배나 높다. 지난 1월에는 이곳에서 친이슬람 행사가 열렸는데 당시에도 시위대들이 몰려 '무슬림이 적을수록 세상은 좋아진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에 반대하기도 했다. AFDI가 이런 도시를 행사장소로 택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IS는 5일 방송을 통해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우리 전사들이 공격했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겨냥한 테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에서 무함마드의 초상을 그리는 것은 최악의 신성모독으로 간주된다. 선지자의 얼굴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은 절대 금기로 여겨져, 중세에 제작된 무함마드의 승천 그림에도 말을 탄 형체만 있을 뿐 얼굴은 그려지지 않았다. 외양 묘사를 금하는 것은 종교적 우상화를 경계하는 뜻도 있지만 이면에는 절대신성을 가진 무함마드에 대한 최고의 경외심이 자리하고 있다.

무함마드 만평으로 인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는 덴마크 일간지가 무함마드를 희화화한 만평을 실으면서 시작된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3년에도 프랑스 풍자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무함마드의 초상을 게재하면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테러로 12명이 살해됐다.

텍사스 총격사건에도 파멜라 겔러 AFDI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쟁은 시작됐고, 우리는 결코 괴물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며 이슬람에 맞설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급진 이슬람과 서방적 사고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그들이 믿는 신의 모독에 대해 일말의 용서도 허용하지 않는다. 폭력과 살인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반면 만평을 전시한 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이 또한 천부의 권리임을 주장한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에 반이슬람 정서가 합쳐지면서 맹목적이 된다.

무슬림의 반대에도 행사를 주최한 단체나 이에 테러로 보복한 IS추종세력 모두 이번 사건으로 얻은 것이 없다. 다만 그들의 극단적인 믿음이나 교조가 참극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관용없는 종교와 편협한 신념은 항상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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